사진_경기 끝낸 뒤 최연숙[18474]
1970년대 수영스타 최연숙이 2019년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손을 흔들며 답례하고 있다. 제공 |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다시 수영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축복이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출발대에 섰다. 37년만에 선 자리, 수도 없이 많은 대회를 치렀지만 이 순간 눈 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출발신호가 울리고 반사적으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최연숙(60). 12일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경영 경기가 열린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주경기장에선 70년대 중·후반 한국 여자수영 기록 제조기였던 그의 역영이 37년 만에 그렇게 시작됐다. 2년 전 찾아온 뇌출혈 후유증으로 아직 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는 힘껏 손을 내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 6월에서야 뒤늦게 훈련을 시작했고 그나마 하루에 겨우 40여분 정도 밖에 훈련할 수 없어서 그녀는 이번 대회 목표를 800m 완주로 정했다.

그는 첫 50m를 41초53, 100m를 1분28초82에 통과하며 함께 경기를 펼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연령대도 다르고 각자의 기준기록도 달라 순위가 의미는 없지만 37년 만에 역영을 펼친 그녀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최연숙은 역영 끝에 13분29초36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1970년대 당시 세웠던 자신의 최고기록 10분05초와 비교할 수 없지만 37년만의 도전, 그리고 60대에 세운 이 기록도 더없이 값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에서 나온 최씨는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37년 만에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물을 가르니 이제야 비로소 나를 되찾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애초에 부담은 없었지만 자신과 약속했던 800m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해 뿌듯하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부담없이 수영을 하면서 건강도 되찾고 삶의 활력도 얻겠다”고 말했다. 이날 관중석엔 큰오빠 내외와 조카들이 찾아와 열띤 응원을 펼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는 “기록과 순위는 의미가 없다. 다시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축복”이라며 수영장을 떠났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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