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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로 산다는 것은.’
스포츠서울 창간 29주년을 맞아 생일(6월 22일)이 같은 한류스타 이민호를 만났다. 이민호는 지난 1월 SBS ‘상속자들’ 인터뷰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국내외 팬미팅과 각종 광고 프로모션을 소화했다. 지난 4월부터 영화 ‘강남블루스’ 촬영으로 전라도와 경상도 세트에서 촬영 중이라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바쁘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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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민호를 처음 만난 건 2009년 KBS2 ‘꽃보다 남자’ 때였다. 당시 장난기 있는 미소년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후 두 차례의 인터뷰를 거쳐 이번 만남에선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꽃미남’ 청년이 아닌 속깊은 배우로 부쩍 성장해 있었다.
다소 검게 그을린 얼굴이었지만 187㎝의 훤칠한 키에 어떤 각도에서도 굴욕없는 서구적인 마스크와 유쾌하면서도 진중함을 넘나드는 재치있는 말솜씨는 여전했다. 중화권은 물론 아시아 전역을 쥐락펴락하는 인기 절정의 한류스타지만 젊은날의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며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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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에서 수컷 냄새나는 상남자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뒤 MBC ‘개인의 취향’, SBS ‘시티헌터’, ‘신의’, ‘상속자들’로 매년 한 작품씩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상속자들’에서 그룹의 상속자인 18세 고교생 김탄으로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그가 ‘강남블루스’에서는 상남자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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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진중하게 남자다운 모습,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수컷의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20대 후반, 28살은 돼야 그런 느낌 나지 않을까 하고 기다려왔다. 그동안 주위에서 ‘왜 영화를 안해?’ ‘스타만 할 거야?’라는 질문도 받았다. 상남자 같은 모습을 보이려면 아무래도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좋을 것 같았는데 그런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을 때 유하 감독님이 선택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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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래 영화에 몇 편 출연했지만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데다 이미지 변신까지 하는 ‘강남블루스’는 새로운 도전이다. 1970년대 서울 영동개발지구(지금의 강남)를 배경으로 한 액션 누아르로, 극 중 비운의 주인공 김종대 역을 맡았다. 아시아 전역에서 밀려드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액션스쿨은 엄두도 못내고 해외 프로모션길에도 ‘출장 액션팀’을 동행하고 짬 나는 대로 액션연습을 했다.
이민호는 “드라마도 몇개월 준비하고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일정이 너무 타이트해 ‘잘 소화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다. 촬영을 시작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고 적응도 빨리했다”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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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배역에 대해 “기존에 했던 캐릭터보다 매력도는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영화에서 강남 개발시대의 부조리한 일들과 강남의 땅에 대해 다뤄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는 아니다. 감독님과 현장에서 매력적으로 만들어가는 느낌이고 감독님이 ‘이번 작품을 통해 탤런트가 아닌 배우로 보일 거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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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대통령’, 중국의 심장부에서 주목받는 느낌 신선했다
이민호는 국내 20대 배우 중 출연작들이 꾸준히 중화권에서 인기를 모으며 새로운 길을 열어온 독보적인 한류스타다. ‘꽃보다 남자’부터 ‘시티헌터’, ‘상속자들’까지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사랑과 신뢰를 얻었다. 중국 최대의 SNS 웨이보 팔로워수가 국내 배우 중 가장 많은 2229만 2910명(20일 오전 8시 기준), 페이스북은 1487만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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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대군’의 SNS 친구를 둔 비결은 뭘까. 그는 “나를 좋아하는 팬들이 해외에 생기다 보니 소통하고 싶었다. SNS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때였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 수 있어 해외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보다 애정도가 오래간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그동안 배역도 상류층 고교생, 건축가, 장군 등 외적으로 완벽해보이는 인물인데다 사랑에는 순정적인 심지 굳은 캐릭터여서 더욱 ‘팬심’을 자극한 면도 있다.
“나도 캐릭터를 중요시해 그런 부분이 부각돼야 마음이 움직인다. 사람을 만나 일에 대해 얘기할 때도 단순히 일하는 관계를 떠나 뭔가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사람의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 안에서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떤 감정을 중점적으로 표현할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보다는 감정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빠져서 봐주시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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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는 2012년 1월 중국 호남위성TV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쾌락대본영’에 한국 연예인으로는 처음 단독 출연했고,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엔 중국 CCTV ‘춘제완후이’(이하 춘완)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해 중국 202개 TV채널에서 동시 방송되며 순간 최고 시청률이 9.65%, 채널 점유율 70.99%로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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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이후 좋은 작품을 만나 여러 국가에 얼굴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팬들이랑 공연도 하면서 만남의 자리를 가져와서 지금도 팬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 처음으로 ‘정말 대단하다. 뭔가를 했구나’하고 느낀 건 ‘춘완’에 출연했을 때였다. 그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 자체에 대해 중국 사람들이 ‘놀랍고 대단하다’며 방송 몇주 전부터 방송 후 몇주가 되도록 계속 말해주고 엄청나게 높게 평가해줘서 중국이란 나라의 심장부에서 주목받는 느낌이었다. 팬들의 큰 사랑에 대한 책임감이 늘 나를 움직이게 한다.”
이민호를 비롯해 ‘상속자들’에 함께 출연한 김우빈, 후속작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 ‘닥터 이방인’의 이종석이 아시아에서 사랑받는 ‘신한류 4대 천왕’으로 손꼽힌다. 일찌감치 중국 활동의 물꼬를 튼 이민호는 또래 한류스타에 대해 “일반인들도 해외에서 한국 사람 만나면 반갑듯이 나도 해외시장에서 또래 배우들과 만나는 게 즐겁고 행복한 작업”이라고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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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팬들에게 희망과 웃음 줄 때 행복하다
이민호는 지난 13일 팬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기부 플랫폼 ‘프로미즈’(WWW.PMZ2014.COM)를 개설했다.
“예전에 ‘내가 이런 큰 사랑을 받는데 왜 외롭지? 사랑해줄 대상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받은 사랑 만큼 되돌려줘야만 나도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스타들이 왜 선행을 하는지 깨달았다. 단순히 돈만 내놓는 기부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투명하게 쓰이는지, 누굴 돕는지, 직접 가서 어떻게 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하는 스타일이라 돈만 내놓기보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면 1억 기부할 것도 10억 기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팬들과 함께라면 더 좋은 일을 하며 좋은 추억도 남길 수 있어 모여서 대상도 직접 정하고 일정 금액이 모이면 어떻게 쓸 지도 정할 거다. 예전부터 많이 생각했던 걸 행동으로 옮기게 됐다. 30대가 오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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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사랑이 유별난 그는 “내 작품을 통해 누군가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포츠서울에 대해서는 “나랑 나이도 비슷하고, 생일이 같다는 걸 알고 놀랐다. 스포츠서울 하면 정열적인 빨간색이 떠오른다”고 미소 지었다. 오는 8월까지 ‘강남블루스’ 촬영을 마친 뒤 9~10월에는 팬들을 위한 공연을 펼치고 12월까지는 광고 스케줄을 소화한다. ‘강남블루스’는 12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이민호는 “많은 관계자가 ‘상속자들’이 인기를 끈 뒤 이렇게 바쁜 시기에 몇개월 동안 영화를 찍는다는 걸 이해 못하시더라. 수익적인 것보다 내게 행복감을 주는 건 팬들에게 작품으로 보답하는 거다. ‘강남블루스’가 사랑받았으면 한다. 늘 새로운 걸 하고 싶고 가을 공연 때 좀 더 성장해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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