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LG 선발 켈리, 8이닝 무실점 호투
LG 켈리(오른쪽)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삼성의 경기 8회초 수비를 마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켈리는 8회까지 2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2019. 7. 14.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최고의 데뷔 시즌을 만들고 있다. 선발투수로서 늘 임무를 완수하며 환한 미소로 동료들과 하나가 된다. 적절한 시점에서 투구패턴에 변화를 꾀하면서 KBO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소속팀의 가을야구 무대 재진입 또한 포스트시즌 맹활약을 다짐했다. LG 케이시 켈리(30) 얘기다.

가장 어려운 일을 능숙하게 해낸다. 단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기서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 23일 잠실 NC전까지 총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21경기서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5이닝 미만을 던진 경우는 단 2경기에 불과하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20회로 김광현, 양형종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방어율은 2.72로 5위, 이닝 부문 7위(154.2이닝)다. LG 류중일 감독은 켈리를 두고 “참 심성도 좋고 꾸준하다. 빠른 템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때문에 야수들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수비에 임한다. 여러모로 팀에 도움을 주는 투수”라고 만족했다.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켈리를 만나 올시즌 성공 요인과 포스트시즌을 향한 각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켈리와 일문일답.

-성공적인 KBO리그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스스로 돌아봤을 때 성공 요인을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처음 한국에 왔고 당연히 낯선 게 많았다. 그래도 동료들이 정말 도움을 많이주고 있다. 윌슨도 그렇지만 한국 선수들도 늘 도와준다. 덕분에 우리 가족들도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경기 내적으로는 유강남의 도움이 크다. 상대 타자에 대해 조언해주는 것은 물론 투구패턴에 대한 조언도 적중하고 있다. 최근 커브의 비중이 커진 것도 유강남과 최일언 투수코치님의 의견이었다. 두세 번째 상대하는 팀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커브 비율을 높여보자고 했고 패턴에 변화를 준게 적중하고 있다.

-2009년 보스턴에 1라운드 지명(전체 30순위)될 당시 유격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특이한 이력이다.

중학교 때부터 유격수와 투수를 병행했다. 마이너리그 첫 시즌도 전반기에는 투수, 후반기에는 유격수를 했다. 하지만 타격이 너무 어렵더라. 프로에 와서 타격에 애를 많이 먹었다. 그러면서 투수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래도 유격수를 경험한 게 큰 도움이 된다. 마운드에서 우리 수비수들을 생각해 꾸준히 빠른 템포로 던지려 한다. 내가 유격수를 해봤기 때문에 빠른 투구 템포가 수비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 야구는 팀스포츠다. 투수로서 수비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켈리
LG 켈리.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두산의 경기. 2019. 7. 9.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와인드업 자세가 다소 클래식한 것도 인상적이다.

9살부터 이렇게 공을 던져왔다. 왜 이렇게 던지기 시작해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게 내게 맞는 투구폼인 것 같다. 굉장히 편하고 리듬도 좋다.

-야구 외적으로도 늘 동료들이 극찬한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문화를 배웠거나 특별히 다짐한 게 있었나?

에이전트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 문화, KBO리그 선수들과 코치들의 성향도 잘 전달 받았다. 한국에 대해 배우려했고 어디서든 야구는 즐겁게 해야한다는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료들도 나를 이해해주고 경기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여러모로 한국이 나랑 잘 맞는다.

-그래도 미국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환경 차이도 크다. 6개월 가량 한국에 있으면서 컬쳐쇼크 같은 것을 경험했나?

야구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문화는 물론 생활하는 것도 미국과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늘 오픈 마인드로 낯선 것을 마주하고 즐긴다. 단지 놀란 게 있다면 야구장에서 삼겹살을 구워서 팔고 먹는 장면이었다. 야구장에서 고기를 굽는 것은 한국에서 처음 봤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 3곳은 명동, 봉은사, 강남이다. 세 곳에 자주 간다. 명동은 특유의 혼합된 분위기가 있다. 봉은사에선 한국의 전통을 느낀다. 강남은 집에서도 가깝고 쇼핑이나 외식하기도 좋다.

[포토]류중일 감독, 켈리의 9승 축하해!
LG 류중일 감독이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에 승리한 뒤 시즌 9승을 기록한 켈리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LG는 선발 켈리의 8이닝 무실점 호투와 고우석의 마무리에 힘입어 삼성에 2-0으로 승리하며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2019. 7. 14.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리그에서 뛰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팬이다. 늘 1회부터 9회까지 뜨거운 에너지를 보내주신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해주신다. 크게 지고 있어도 한국 야구팬은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다. KBO리그의 가장 큰 장점은 팬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메이저리그서도 열광적인 팬을 경험했다.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면서 팬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스타일이 좀 다르다. 미국 야구장은 대체로 조용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함성이 커진다. 그러나 한국에선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반응해주신다.

-아직 시즌이 남았지만 올시즌 가장 기억에 남거나 만족하는 경기는 언제였나?

올스타브레이크 전에 삼성전(7월 14일 잠실 경기. 당시 켈리는 8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거뒀다.)이 기억에 남는다. 8이닝을 잘 막았다. 한국에서 가장 잘 한 경기였고 만족할 수 있는 경기였다. 날씨와 같은 외부 요인을 극복한 것도 좋았지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투구를 했고 팀이 승리해 더 기뻤다.

-이대로라면 포스트시즌 무대도 기대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은 또다른 분위기,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다.

정말 포스트시즌이 기다려진다. 팬이 보내주시는 에너지가 분명 엄청날 것이다. 그런 에너지를 받으면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압박감이나 긴장감을 즐긴다.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더 좋은 활약 보여드리겠다.

-아직 미래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그래도 2020시즌에 대해 묻고 싶다. 성공적인 KBO리그 첫 해를 보내고 있는데 이듬해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즐겁게 KBO리그 첫 해를 보내고 있다. 포스트시즌도 기다려진다. 우리 가족 또한 한국을 좋아한다. 이듬해 다시 한국에서 뛰면 정말 기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포스트시즌 진출과 포스트시즌 활약에만 초점을 맞추겠다. 시즌 후 진지하게 한국에서 다시 뛰는 것을 고민하겠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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