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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30일(한국시간) US오픈 2회전에서 베르다스코를 역전승으로 따돌린 뒤 환호하고 있다. 뉴욕 | 테니스코리아 제공

[뉴욕=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나달 나와라!’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170위·한국체대)이 2019 US오픈 테니스대회 2회전에서 36세의 베테랑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4위·스페인)에게 꿀맛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정현은 3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남자 단식 2회전에서 3시간 22분의 마라톤접전 끝에 페르난도 베르다스코를 3-2(1-6 2-6 7-5 6-3 7-6<7-3>)로 따돌렸다. 1회전 어네스토 에스커베이도(206위·미국)에 이은 2연속 풀세트 접전 역전승이라 기쁨이 더했다. 이로써 정현은 2017년 프랑스오픈 3회전, 2018년 호주오픈 4강에 이어 그랜드슬램 대회 생애 3번째 3회전(32강) 진출에 성공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접전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매치 포인트에 몰린 한계상황을 돌파한 정현의 두둑한 배짱이 돋보였다. 정현은 파이널세트 게임 스코어 5-6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았다.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30-40으로 몰려 매치 포인트 상황에 직면한 정현은 한 포인트만 내주면 짐을 싸야 하는 벼랑끝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깊은 호흡으로 심란한 마음을 잠재운 정현은 특유의 집중력을 뽐냈다.

36살의 노장 베르다스코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점을 간파한 정현은 잦아진 상대의 실책을 침착하게 대응해 기적같은 승리를 따냈다.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베르다스코의 포핸드 실책으로 40-40 듀스를 만든 뒤 상대 백핸드 샷을 받으려다가 라인 밖으로 나갈 것으로 판단해 라켓을 거둬들이며 한 포인트를 더 땄다. 전세를 뒤집은 정현은 자신의 장기인 포어핸드 위너로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갔다.

다 잡은 경기를 놓쳤던 바르다스코는 육체를 가까스로 잡아뒀던 정신이 급격히 붕괴됐고,기가 산 정현은 잇따라 5포인트를 따내 승리의 팔부능선을 점령했다. 정현은 타이브레이크 6-3에서 과감한 네트플레이를 감행해 상대의 스트로크를 백핸드 발리로 연결해 지루하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인 ESPN은 정현의 승리가 확정되자 “믿을 수 없는 복귀(unbelievable comeback)”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2경기연속 풀세트 접전 역전승을 일궈낸 정현의 3회전 상대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명인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다. 정현은 역대 상대전적에서 두 차례 만나 모두 0-2로 패했다. 정현과 나달의 3회전은 다음달 1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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