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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능력과 기술은 인정받았다. 이제 경기장에서 증명할 일만 남았다.
‘국가대표’ 이강인(18·발렌시아)의 쇼케이스가 시작된다. 파울루 벤투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9월 소집명단 25인에 최연소 선수로 이름을 올린 이강인은 지난 3일 터키 이스탄불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5일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조지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연령별 대표팀을 평정한 이강인이 형들과 함께하는 A매치 데뷔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기대가 모인다.
벤투 감독은 지난 3월 친선전 일정을 앞두고 이강인을 호출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대표팀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테스트해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22일 볼리비아전과 26일 콜롬비아전 모두 벤치를 지켰다. 실전 투입이 되지 않으며 입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사령탑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축구회관에서 9월 명단을 직접 발표한 벤투 감독은 “지난해 부임했을 당시부터 소속팀 출전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능력이 좋고 기량이 뛰어나다고 판단하면 발탁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강인은 출중한 선수다. 대표팀에서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포지션 외에 다른 자리를 소화할 능력이 되는지 점검하겠다”며 선택 배경을 소상히 밝혔다.
이강인의 잠재력에 대한 호평은 벤투 감독의 혼자만의 판단은 아니다. 스페인 명문 클럽인 발렌시아가 유소년 팀에 소속됐던 이강인을 향해 빅클럽의 러브콜이 밀려들자 서둘러 1군 정식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다. 올해 폴란드에서 마무리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에이스’의 무게를 견디며 한국 남자축구의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준우승을 이끌었고 결국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까지 품에 안았다. 새 시즌을 앞두고 배포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홍보 자료에서 이강인은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FIFA가 지난 3일 발간한 U-20 월드컵 기술연구그룹 보고서에서 ‘세계가 지켜봐야 할 10명의 떠오르는 스타들’로 가장 먼저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현재 경기력이 얼마나 올라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소속팀의 탄탄한 선수층 탓에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의 중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난 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보려 했으나 결국 잔류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벤투호는 이강인에게서 현실적 선택지가 아닌 미래의 청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U-20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 보여줬으나 아직 만 18세에 불과한 선수다. 사실 소속팀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꾸준히 지켜볼 예정”이라는 벤투 감독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대표팀내 경쟁자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정우영(알사드), 백승호(다름슈타트), 황인범(밴쿠버), 이재성(홀슈타인 킬), 권창훈(프라이부르크), 김보경, 이동경(이상 울산),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공수가 두루 뛰어난 미드필더가 즐비하다. 그러나 평가전 상대인 조지아는 FIFA랭킹 94위로 한국(37위)과 전력 차가 크다. 지역예선 첫 상대인 투르크메니스탄(132위)도 한국이 속한 H조에서 약체로 꼽히는 국가다. 첫 승선 때와는 환경이 달라진 만큼 어느 정도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이 가능한 시점에서는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고스란히 펼쳐낸다면 곧 소속팀에서의 기회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
일단 벤투 감독은 4일 조지아전 사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강인이)출전 시간을 어느 정도 부여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말로 그의 A매치 데뷔 확률을 높게 점쳤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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