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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를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다. 구단은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주위에서 바람몰이를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KIA는 올시즌 후 팀을 이끌 사령탑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김기태 전 KIA 감독이 지난 5월 16일 광주 KT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KIA는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박 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더라도 신임 감독이 되는 셈이다.
박 대행은 지난 5월 17일 광주 KT전을 시작으로 지난 9일까지 86경기를 지휘했다. 시즌 종료까지 14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43승 1무 42패로 승패마진 플러스 1을 기록 중이다. 사실상 5강 싸움에 실패한 이후 선수단에 동기부여가 약해진 탓에 연패모드로 돌아섰지만, 팀 색깔 바꾸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찬호와 이창진을 필두로 젊은 야수들이 풀타임 가능성을 증명했고, 마운드도 20대로 꾸려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젊은 마무리 문경찬을 비롯해 하준영 박준표 전상현 등은 KIA를 이끌 핵심 불펜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쾌한 박 대행의 성격과 오랜 코치 경험으로 쌓은 선수 고르는 눈 등은 사령탑으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 충분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박 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분위기가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런 저런 소문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모그룹 고위층과 친분이 있는 모 인사가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는 게 소문의 주된 내용이다. 타이거즈의 전통을 계승할 수 있는 타이거즈 출신 인사부터 대학에서 성과를 낸 아마추어 감독의 이름도 들린다. 해당 인물은 과거에도 감독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자칫 복마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KIA 구단은 “아직 시즌 중이라 차기 감독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예의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공식 입장을 고수했다. 구단 핵심 관계자는 “시즌 종료 후에 본격적으로 논의할 부분이다. 박 감독대행께서 팀을 잘 끌어가고 있고 마지막까지 팀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 차기 감독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건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여러 방안을 두고 고심을 시작했지만 선수단에 불필요한 동요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KBO리그에서 감독 선임은 그룹 수뇌부의 의중이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구단주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지휘봉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KIA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과 2017년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통의 명가 자존심은 유지했지만 감독 성향에 따라 팀 색깔이 크게 바뀌는 등 폐해도 적지 않았다. 그룹뿐 아니라 일부 극성팬이 이른바 ‘감독 흔들기’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성적이 날 때에는 물밑에 있다가 성적이 조금만 나쁘면 여러 이유를 대며 감독 사퇴를 촉구한다. 김성한 선동열 김기태 등 시대를 풍미한 스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KIA 지휘봉을 잡은 역대 감독 중 계약기간을 모두 채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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