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중량물 작업…근골격계질환 많아 민노총 마트노조 “쉽게 들 수 있어야”업계 “제조사 비용 발생…요청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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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마트산업노동조합원들이 1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거운 박스에 손잡이를 설치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 | 권오철 기자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상시적 중량물(무거운 물건) 작업을 하는 마트노동자들 전체의 절반이 넘는 규모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노조는 제품 포장 박스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포장 단위를 소규모로 바꿀 것을 고용노동부 및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각 사업장에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10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5177명의 현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 결과, 통증 정도가 심해 중량물 진열작업으로 인한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전체의 56.3%, 근골격계질환 증상으로 지난 1년간 병원 치료를 경험한 노동자는 69.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해당 조사에서 25kg 이상의 물체를 1일 10회 이상 드는 작업에 노출되는 경우가 29.8%,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 혹은 어깨 위 높이에서 1일 25회 이상 드는 경우는 응답자의 45.7%로 집계됐다. 특히 명절에는 평상 시 입고 상품 대비 300~400%의 상품이 물려서 이들 마트노동장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마트노조는 “박스에 제대로 된 손잡이만 설치돼 있어도 자세에 따라 10~39.7%의 들기지수 경감효과를 볼 수 있다”며 “즉각적인 대책으로 중량물 박스에 손잡이 구멍을 뚫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665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5kg 이상의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 취급하기 곤란한 물품은 손잡이를 붙이거나 갈고리, 진공빨판 등 적절한 보조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현재 음료수·주류 등 무게가 나가는 일부 상품 박스 중 이미 손잡이 구멍이 뚫려 있는 경우가 있지만 대다수 제품의 박스에는 손잡이 구멍이 없는 없는 상황이다. 마트 업계 관계자는 “박스에 구멍을 뚫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선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트사가 제조사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갑질이 될 수 있다”며 “노조가 제조사에 직접 공문을 보내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노조는 일단 고용노동부에 마트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 및 중량물 작업정형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요구키로 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매일같이 중량물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이 골병드는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박스에 구멍을 뚫자는 요구는 대단히 소박하고 현실적인 제안이므로 정부 및 사업주들이 노동자들의 육체적 부담을 덜기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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