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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박항서 체제의 베트남은 과거와 아예 다른 팀으로 성장했다. 재계약 협상에서 유리한 쪽은 무조건 박항서 감독이 돼야 한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박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와의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있다. 양 측의 계약은 다음해 1월 종료되는데 계약이 끝나기 3개월 전인 10월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9월 A대표팀과 22세 이하 대표팀의 일정이 종료된 만큼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박 감독과의 재계약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박 감독 부임 후 베트남은 아시아 축구의 신흥강호로 급부상했다. 23세 이하(U-23) 선수들이 출전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하는 새 역사를 썼고, 아시안게임에서도 4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A대표팀의 성과도 뚜렷했다. 베트남이 그토록 염원했던 스즈키컵에서 무려 10년 만에 챔피언에 등극하며 동남아시아 최강자 자리에 등극했다. 올해 아시안컵에서도 12년 만에 8강에 진출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97위로 아시아에서는 15위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승률을 보면 박 감독의 베트남이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박 감독 부임 전 베트남은 월드컵 예선과 스즈키컵 등 주요 A매치(친선경기 제외)에서 5승2무4패로 56%의 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후에는 12승6무4패로 승률이 62%로 상승했다. 훨씬 더 많은 경기를 치렀음에도 승률이 올라가는 약진이 돋보였다. U-23 대표팀의 성적도 12승1무8패, 승률 59%에서 15승1무6패 승률 74%로 크게 올라갔다. 승률을 올려 주요 대회에서 높은 순위에 올라가는 성과를 올렸다. A대표팀에만 집중해도 힘든데 U-23 대표팀까지 병행하며 기복 없는 성적을 유지했다. 박 감독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베트남은 박 감독 부임을 통해 상징적인 면까지 얻었다. 스즈키컵 우승으로 동남아시아 최강자 자리에 올랐는데 무엇보다 라이벌인 태국의 자존심을 완벽하게 눌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베트남은 태국과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원래 태국이 1인자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올해 킹스컵에서 베트남은 태국 원정에서 승리했다. 최근 월드컵 예선에서도 원정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3월 U-23 대표팀은 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태국을 4-0으로 대파했다. 과거에는 베트남이 태국을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태국이 베트남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 됐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자부심이라는 선물까지 선사한 셈이다.
이처럼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성취한 것만 봐도 베트남축구협회가 재계약을 해야 할 근거는 충분하다. 미래의 약속이 아닌 과거의 성과만으로도 베트남축구협회가 계약 연장을 강하게 요구해야 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베트남축구협회는 지난 7월 재계약 조건으로 다음 아시안컵 결승 진출이라는 황당한 요구를 내걸었다. 아시안컵 결승은 아시아 최강자로 불리는 한국조차도 최근 7번의 대회에서 단 한 번 밟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미션이다. 베트남은 아예 간 적도 없다. 아시아에서 FIFA 랭킹이 15위에 불과한 베트남이 목표로 삼기에는 지나치다. 박 감독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협회 핵심 관계자가 내건 조건인데 사실상 말이 안 된다. 납득이 불가능한 조건으로 봐도 무방하다. 박 감독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연봉 때문에 이견 차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라 협회의 무리한 요구가 걸림돌인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렇다고 베트남축구협회가 박 감독 손을 잡지 않으면 따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 국민적 영웅이 된 박 감독과의 재계약에 실패하면 베트남축구협회는 큰 비난을 받을 게 분명하다. 반면 박 감독은 아쉬울 게 없다. 이미 이룰 것은 다 이룬 박 감독이 베트남축구협회의 무리한 조건을 수용해 재계약에 응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협상의 열쇠를 쥔 쪽은 의심의 여지 없이 박 감독이라는 의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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