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NH투자증권 강연남을 위한 삶이 결국 나를 위하는 것
김형석 교수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달 21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아트홀에서 열린 ‘100세시대 아카데미’에 강연을 하고 있다. 제공 |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

[스포츠서울 채명석 기자] “나이듦을 ‘늙는 것’이 아닌 ‘성숙’으로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지난 8월 21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아트홀에서 열린 ‘100세시대 아카데미’에 강연자로 나선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청중들에게 전한 100세 건강의 비결이다.

1920년생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올해로 100세를 맞았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도, 보청기도 없이 작은 몸을 꼿꼿하게 지키고 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수영을 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긴 일기를 쓴다. 나이가 들어 불편해진 것은 눈이 쉬 피로해져 책을 오래 읽기 힘들다는 정도란다. 강연회를 주관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매월 발간하는 ‘THE 100’ 최근호에서 김 교수의 강연 내용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어린 시절 몸이 매우 약했다. 스스로 남들만큼 건강해졌음을 느낀 때가 50대였다. 신체적 성장이 더디고 취약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건강하게 100세를 맞았다.

김 교수는 성숙은 정신의 성장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40대까지는 자연스럽게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문제는 50대부터다. 신체 노화가 진행되면서 기억력도 떨어지고 몸이 둔해지며 늙음을 자각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변화다. 하지만 정신력, 사고력은 다르다. 신체의 늙음과 반대로 사고력은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따라서 김 교수는 “90대까지 생각의 힘은 꾸준히 성장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인 역할과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며 공부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 교육’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인생은 100리 길이다. 누구나 평생 걸어갈 100리 길이 있다. 학교 교육은 그 100리 길에 기차 같은 존재다. 초등학교는 10리, 중학교는 20리, 고등학교는 30리, 대학교는 40리 길을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는 김 교수는 “누구나 생의 한번은 기차에서 내려 자신의 걸음으로 삶을 관통하며 배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초등학교만 나와 10리 기차역에 내렸지만 남은 90리를 열심히 걸어가는 이가 있는가하면, 대학을 졸업했으니 배울 만큼 배웠다며 40리 기차역에서 평생을 제자리 걸음인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90대까지 건강하게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을지 답은 분명하다. 최종 학력보다 스스로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들은) 지금 배움의 길을 묵묵히 잘 걸어가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일본 조치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30여년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지냈다. 정년 이후, 1985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펴내고, 각종 강연을 하며 또 다른 배움과 가르침의 길을 걷고 있다. 100년을 살아온 동안 그가 만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 민족이 걸어온 1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윤동주 시인과 중학교 동창이었고, 김수환 추기경과는 조치대 철학과 동기간이다. 18살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마지막 강연을 들었고, 26살엔 김일성 주석과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김 교수는 “‘커서 뭐 될래?’라는 질문은 언제나 아이를 향한다. 50~60대에게 ‘커서 뭐 될래?’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디서 우수개 소리냐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더 나이 들어 어떤 사람이 될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원하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면서 이를 ‘목적 있는 삶’이라고 설명했다.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느끼며 살아갈 때 더 건강하고, 맑은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인생의 노른자처럼 가장 좋았던 때가 언제였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60세부터 75세까지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제가 75세였을 때 10년 쯤 선배이신 교수님이 저한테 ‘참 좋은 나이입니다’고 하더라. 100세가 되어 돌아보니 그때가 참 좋았다.”

김 교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니 60대가 되서야 철들었다고 고백한다. 철드는 것은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때라며 자신의 성장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콩나물 키우듯 나를 키워야 한다. 매일 매일 콩나물에 물을 붓듯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 자신을 채워라. 그리고 사회에 관심을 가져라. 나를 위한 일은 남는 게 없다. 사회를 위한 것이 결국 나에게 남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인사 받는 정도면 우리 삶은 괜찮은 것이다”고 전했다.

oricm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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