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
래리 서튼(왼쪽)과 전준호. 2005.1.28 스포츠서울DB

파격일 수 있다. 체면과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를 고려하면 당사자들에게 곤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루머와 가짜 정보들이 구단의 냉철한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KBO리그 감독 선임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나돌고 있다. 롯데 차기 사령탑 후보들을 수면 위로 띄워 이들의 장·단점을 살펴 팬의 이해를 돕기 위해 ‘SS 청문회’ 코너를 신설했다. 자천타천 후보에 오른 야구인들의 입과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인들의 평가를 토대로 리더십을 들여다보자는 게 청문회의 목적이다. 담당기자의 냉철한 시각으로, 좌초 위기에 빠진 팀을 어떻게 끌어 올려야 할지도 청문보고서 형태로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래리 서튼(49)은 롯데의 새 감독 후보군 중 한 명이다. 그는 2005년과 2006년 현대 유니폼을 입었고 2007년 KIA에서 뛴 KBO리그 경험자다. KBO리그 3시즌 통산타율 0.280에 56홈런 173타점을 기록했다. 올시즌엔 미국 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인 윌밍턴 블루락스에서 타격코치로 일하고 있다.

서튼과 함께 생활한 이들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인성과 소통 면에서 더할나위 없을만큼 훌륭하다는 평가다.

현대시절 한솥밥을 먹은 박진만(현 삼성코치)은 “조용하고 튀지 않는 선수로 기억한다. 인성적으로 완벽한 젠틀한 백인 선수였다. KBO리그에 온 뒤 선수단에도 잡음없이 빠른 시간내 적응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성향상 감독이 되면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기보다 소통과 대화를 통한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이라고 그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런트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현대 홍보팀에 있던 김기영(현 키움 임원특보)은 “티내지 않고 배려하는 타고난 천성을 지녔다. 타자인데도 불펜에 가서 투수들에게도 조언하는 모습도 자주 봤다. ‘타자가 이런 마음으로 타석에 서니 투수입장에선 이런저런 부분을 살피면 좋다’고. 그외 여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했다. 하지만 전혀 티내지 않는점이 최대강점이었다”라고 기억했다.

김기영 특보의 칭찬은 이어졌다. 극찬에 가까웠다.

그는 “서튼이 더 놀라웠던 점은 당시만 해도 백인선수들은 야구 선교사처럼 한국에 야구를 가르치러 오는 마음이 있었다. 나쁘게 얘기하면 한국야구에 대한 리스펙이 없었다. 그러나 서튼은 달랐다. 20년 넘게 야구계에 있으면서 본 인물중에 가장 완성된 사람이었다. 백인선수들은 앞에선 젠틀해도 뒤에선 우월감이 있기 마련인데 서튼은 전혀 그런게 없는 사람이었다. 선수와의 소통이 감독 조건이라면 서튼이 적임자”라고 밝혔다.

2007년을 함께 보낸 KIA 이석범 홍보팀 차장도 “KIA에서 짧게 만났지만, 참 양반이었다. 성실했고 교감 능력이 좋은 독실한 크리스찬이었다. 소통면에서는 최고의 인성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감독은 성적을 내야 하는 자리다.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야구계 속설도 있다. 서튼은 프로 감독으로의 역량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다. 현재 타격코치로 몸담고 있는 윌밍턴 블루락스는 리그 10개 팀중 팀타율이 2할 초반대로 최하위다. 파격행보를 걷고 있는 롯데에서 서튼을 영입한다면 그만큼의 하이리스크 또한 감수해야한다.

kenny@sportsseoul.com

◇레리 서튼 프로필

-일리노이주립 대학 졸업

-1992년 드래프트 21라운드 캔자스시티 지명

-캔자스시티 로열스(1997~1999)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000~2001)

-오클랜드 애슬레틱스(2002)

-플로리다 말린스(2004)

-현대 유니콘스(2005~2006)

-KIA 타이거즈(2007)

-피츠버그 타격 코디네이터(2014~2018)

-윌밍턴 블루락스 타격코치(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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