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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발렌시아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구단주의 애정이 특급 유망주의 미래를 바꾸는 분위기다.

이강인은 당초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발렌시아를 떠날 계획이었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 체제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강인의 바람은 구단주인 피터 림의 만류로 무산됐다. 림은 이강인을 발렌시아에 잔류시키는 대신 마르셀리노 전 감독을 잘랐다. 대신 자신과 뜻이 맞는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을 자리에 앉혔다. 셀라데스 감독은 림과 가까운 축구계 거물 에이전트 호르헤 멘데스가 관리하는 인물이다. 결국 이 화학 작용이 이강인에게는 반전이 됐다. 셀라데스 감독 부임 후 이강인을 출전시간이 늘어났고, 26일에는 라리가 선발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이강인에게 반전의 발판을 마련해준 림은 1953년생으로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기업인이다. 평범한 생선 장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명석한 두뇌로 공부에 재능이 있었다. 호주 퍼스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회계학과 금융학을 공부했다. 당시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택시 드라이버, 요리사, 웨이터 등 여러 일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돈’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회계사로 일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0년 초반부터다. 림은 팜유 사업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끝에 현재는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 10위 부자에 선정됐다. 그의 자산은 25억 달러(약 2조996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림은 축구에도 관심이 많아 2014년 발렌시아 지분의 70.4%를 확보하며 구단주 자리에 올랐다. 발렌시아 외에도 잉글랜드 4부 리그인 살포드시티의 지분도 40% 소유하고 있다. 축구에 전방위적 관심을 보이는 림은 구단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스타일이다. 림이 수장에 오른 이후로 발렌시아 감독은 무려 9번이나 교체됐다. 5년간 10명이나 구단을 거쳐간 것이다.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큰 고민 없이 칼을 대는 거침 없는 성향이 이번 마르셀리노 건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림이 발렌시아에 오기 전인 2011년부터 이강인은 유스팀에서 착실하게 성장했다. 림은 이강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잠재력을 확인했다. 같은 동양인으로서 이강인이 최고의 스타가 될 자질이 있다고 확신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들기로 했다. 결국 지난 시즌 림의 주도 아래 이강인은 1군 계약을 맺었다. 이후에는 마르셀리노 감독의 성향으로 인해 이강인이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지만 림이 데려온 새 사령탑 체제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림은 이강인 외 다른 지점에서 한국과 맞닿아 있는 인물이다. 림에게는 전처 사이에서 나온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그 중 딸인 킴 림이 K-POP(케이팝) 마니아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킴 림은 한국에서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빅뱅 멤버 중 하나인 승리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이로 인해 킴 림은 ‘버닝썬 게이트’ 관련자로 지목돼 직접 부인하는 일도 겪었다. 피터 림 모녀는 여러모로 한국과 기묘한 인연으로 얽혀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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