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09 SK-기아
마무리 SK 정대현(오른쪽)이 경기후 박경완과 악수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에서 큰 경기를 앞두고 주전 포수가 부상하는 것만큼 아찔한 상황도 없다. 투수가 아닌 포수가 경기를 운영하는 리그 특성 때문이다. 키움이 박동원의 십자인대 파열에 아연실색한 이유다.

주전 포수가 있고 없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SK는 2009년 주전 포수 박경완이 아킬레스건 파열상으로 시즌 중반 이후 전열에서 이탈해 KIA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박경완은 ‘왕조’였던 SK에서도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8월 25일 두산전 3-2 승리를 시작으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20경기에서 19승 1무를 기록하는 등 파죽지세로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지만, 요소요소에 박경완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양의지
두산 시절 양의지.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지난 2015년에는 두산 양의지가 부상 투혼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은 10월 18일 마산 NC전 도중 양의지가 나성범의 타구에 발가락을 맞아 미세골절상을 당했다. 양의지 역시 ‘두산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받던 터라 그가 안방을 지키느냐 아니냐에 따라 팀 명운이 달려 있었다. 양의지는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안방을 지켰고,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하고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이끌어 냈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야구 한국-대만 최종예선전
시상식 후 포수끼리 조인성, 진갑용 기념촬영.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그랬다. 태극마크를 단 진갑용이 햄스트링을 부상한 탓에 결승전 마스크를 강민호가 썼다. 그 유명한 ‘로우 볼?’ 항의 때문에 강민호가 퇴장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경문 감독은 “이택근이 포수 출신이라 대신 내보내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진갑용의 상태가 그만큼 안좋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진갑용은 기적처럼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고, 정대현의 ‘떠오르는 커브’로 마지막 아웃카운트 두 개를 동시에 잡아내는 완벽한 볼배합을 뽐냈다. 한국 야구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은 마지막 순간 누구보다 냉철하게 쿠바 타자들을 들여다본 진갑용의 ‘경험’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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