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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비시즌 V리그의 외인들이 줄줄이 교체되고 있다. 외인 선발 시스템에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이다.
시즌이 개막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4개 팀이 외인 교체를 단행했다. 교체 바람에는 남자부도 여자부도 예외가 없다. 우리카드는 이미 두 차례 외인들에 작별을 고하며 가장 빠르게 결단한 뒤 제일 많은 변화를 줬다. 삼성화재와 흥국생명이 1회 교환권을 썼고, KB손해보험도 새 얼굴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시즌에 돌입하면 각 팀당 외인 교체는 2번까지만 가능하다는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왕이면 시즌 전에 교체 카드를 빼들어야 하는 게 아닌지 고심하고 있는 구단도 몇몇 더 존재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구단이 전력의 불확실성 속 새 시즌 준비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V리그 외인 선발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여자부는 2015~2016시즌부터, 남자부는 2016~2017시즌부터 도입한 ‘트라이아웃’이 드러내는 현실적인 한계가 이제 허용치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트라이아웃은 과거 외인 자유계약 시절 과다한 몸값 경쟁으로 거품이 생긴 시장을 규제하고, 자금력에 여유가 있는 일부 구단들이 리그를 독식하는 현상을 막고자 하는 긍정적인 의도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단점에서 우려됐던 ‘하향 평준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자유계약 회귀론이 나오기도 하나, 배구계 전문가들은 “자유계약을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다. 트라이아웃을 보완하는 방향이 맞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현재 트라이아웃을 통해 지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한다. 최천식 해설위원은 “젊은 감독들이 많아지다보니 경험 부족에서 오는 선발도 보인다. 내년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감독들도 많아 성적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새로운 외인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에이전트들을 통해서도 정보가 제한돼 있다. 낮은 금액 안에서 기존 점유율을 소화해줄 수 있는 외인을 구하다 보니 자꾸 경험자들에게 눈을 돌린다. 전성기를 지난 이들이 얼마나 해줄 수 있을 지에 대한 정보도 불분명한 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사니 해설위원 역시 “어린 외인들을 적은 돈으로 데려와 국내에서 키우는 게 트렌드다. 그렇다보니 경험이 부족하고 프로의 마인드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걸 미리 확인하기에는 사흘의 트라이아웃 기간이 너무 짧다”며 한 달 정도의 견습기간을 둘 것을 제안했다. 최종후보와 충분히 손발을 맞춰보며 팀과 색깔이 맞는지, 선수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한 후 계약서에 사인해도 늦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번 시즌 유독 교체가 잦았던 남자부에는 ‘몸값 상한선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새 외인 기준 30만 달러(약 3억 6000만원)로 책정된 액수를 50만 달러(약 6억원)까지 올려야 고를 수 있는 선수의 풀도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박희상 해설위원은 “V리그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공격 점유율은 절반에 달한다. 이미 자유계약 시절 외인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그 수준을 기대하고 선수를 뽑고 있는데, 자꾸 그 기준에 차지 않는다고 선수를 바꾸는 건 트라이아웃이라는 제도의 의미를 무시하는 것이다. 오히려 ‘국제 무대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자국 리그에서는 선수를 가려 받는다’고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사실상 국내 선수들의 몸값도 발표액 이상으로 높다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한국 시장을 아는 외인 선수들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 외인 연봉을 올리는 게 현실적이다”라고 진단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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