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혜리 기자] 은행, 보험사에 이어 카드사도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발맞춰 아시아권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카드사들은 현지 금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카드 상품을 판매하는 한편 디지털 결제 서비스·플랫폼 도입에 주력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어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장기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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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환 BC카드 사장(왼쪽)과 응웬 딘 탕 베트남 리엔비엣포스트은행(LPB) 회장이 지난 7일 ‘디지털결제 플랫폼 제휴를 위한 조인식’을 가졌다. 제공|BC카드

9일 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 7일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리엔비엣포스트은행(LPB)’과 디지털 결제 플랫폼 제휴를 맺었다. BC카드는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통해 한국을 찾은 베트남인은 환전할 필요 없이 비비엣(LPB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으로 QR코드를 호출하기만 하면 결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BC카드와 LPB가 결제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발생하는 국제브랜드 수수료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BC카드는 내년 상반기 안에 해당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BC카드는 지난 2017년 8월 베트남 대표 결제 중계망 사업자인 ‘나파스(NAPAS)’와 ‘현금 없는 사회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베트남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BC카드는 2011년부터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현지 금융사와 협업을 논의하며 해외사업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

BC카드는 또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국책은행인 ‘만디리(Mandiri)은행’과 카드결제 매입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맹점 인프라 확대, 단말기 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해 왔다.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카드결제 시스템을 동남아에 수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디지털 결제 서비스 도입을 위한 MOU를 통해 양 사가 함께 만든 ‘인도네시아판 BC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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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 셋째)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넷째)이 지난 7월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제공|신한카드

신한카드도 신한금융그룹과 발맞춰 신남방 시장을 공략한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2011년 현지에서 카드사업을 시작했다. 4월 말 기준 베트남 내 회원수 24만명 가운데 현지인 비중은 90% 이상으로, 현지 카드업계에서 7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한카드는 지난 7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 출범식을 열었다. 업계 4위인 SVFC는 호찌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SVFC의 신용카드 회원 수는 약 21만명으로, 이중 97%가 현지인이다. 우수한 회원 수를 기반으로, SVFC의 카드취급실적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SVFC의 신용카드 누적 취급액은 약 2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SVFC의 비은행금융업 허가증을 활용해 소비재와 자동차 할부금융 등 소매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클룩(KLOOK, 아시아 1위 여행액티비티 플랫폼), 쇼피(Shopee, 베트남 1위 온라인 쇼핑몰) 등 베트남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180여 가맹점들과의 다양한 제휴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살림그룹(Salim Group)과 합작해 설립된 해외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도 할부금융·신용카드·리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업계 최초로 현지인에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목받았다. 향후 신한인도네시아은행과 시너지 영업을 강화해 현지 금융사들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카드 베트남 법인\' 그랜드 오프닝 행사<YONHAP NO-4183>
지난 6월 열린 ‘롯데카드 베트남 법인’ 롯데파이낸스 그랜드 오프닝 행사.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왼쪽 네 번째부터), 응우옌 쫑 주 베트남 중앙은행 은행감독국 부총국장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롯데카드

롯데카드는 지난해 3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테크콤 파이낸스(현 롯데파이낸스)’의 지분 100% 인수를 최종 승인 받은 후 같은 해 12월부터 본격적인 현지 영업에 들어갔다.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은 하노이·다낭·호치민 등 베트남 주요 도시의 총 14개의 영업점포를 갖고 있다.

롯데카드는 연말까지 영업점포를 33개로 확대하고, 현지직원을 1000여명으로 늘리는 등 지속적인 영업망 확장을 통해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 공략할 계획이다.

롯데리아·롯데백화점 등 이미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4월 출시된 ‘롯데파이낸스 비자’ 등 카드 2종은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롯데리아·엔제리너스·롯데시네마 등 300여개 롯데 계열사 가맹점 이용 시 최대 30% 할인 및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하나카드도 지난해 3월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의 국제결제원(나파스) 및 이체, 결제 등 솔루션 제공업체인 알리엑스(Alimax)와 베트남 지급결제 활성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2017년 9월 베트남우리은행과 함께 베트남에서 자체 신용카드를 내놓는 등 서비스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신남방국 진출에 대해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인 데다 경쟁이 치열해 더 이상 이전 같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며 “이미 신남방국가에서 영업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 선진 디지털 결제 기술에 대한 현지의 긍정적인 분위기 등으로 영업력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리기자 kooill9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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