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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V리그 사령탑으로 만난 동기 3인방이 여전히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도드람 2019~2020 V리그가 새 시즌의 출발선에 섰다. 남자부 7개 구단 감독과 각 팀의 대표 선수 2인은 10일 청담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각 팀 감독과 대표 국내선수가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뒤 외인 선수들도 새 시즌을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의 ‘브로맨스’는 최대 관심사였다. 세 감독은 학창시절부터 함께 코트를 누비며 프로에서도 호흡을 맞춰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들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서로가 다른 팀에서 경쟁자로 마주하게 됐다. 그러나 우정은 우정일 뿐, 승부에 세계에서는 누구에게보다 서로에 가혹했다. ‘새 시즌 서로에게 몇 승을 거두고 싶냐’는 질문에 석진욱 감독은 “경기는 이길고 하는 거다. 다 이기고 싶다”고 발끈했고, 장병철 감독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나도 지고 싶지 않다. 최소 4승2패는 하겠다”고 응수했다.
가장 마지막에 마이크를 잡은 최태웅 감독은 “우리랑 할 때는 좀 봐줬으면 좋겠다.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며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가장 선배인 만큼 건네는 한 마디에서 경험이 진하게 묻어났다. “지금 잠이 안올 것이다. 제대로 못 잘 거라고 본다. 앞으로 친구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소신을 갖고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로에 대한 ‘디스전’을 요청받자 티격태격 싸움도 이어졌다. 장병철 감독이 고사해 먼저 답변을 시작한 최태웅 감독은 “역시 어려운 건 나한테 시킨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리더여서 그렇다. 앞으로도 잘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도발했고, 이어 과거 석진욱 감독이 건넨 OK저축은행 코치직 제안을 폭로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셋의 어린 시절은 재미가 없었다. 술을 마셔도 재미가 없는데 배구 얘기만 하면 흥분하는 특이한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한 석진욱 감독은 “이미 최태웅 감독은 레벨이 다르다고 본다. 많이 보면서 좋은 건 따라하려고 한다. 아닌 건 안하려고 하는데 그게 멘트다. 조그만 자제해주면 최고의 감독이 될 것 같다”고 덧붙여 더 큰 웃음을 만들었다.
마지막을 훈훈하게 장식한 건 장병철 감독이었다. 그는 “셋 모두 배구에 있어서는 워낙 오래됐고 호흡 오래 맞춰서 눈빛만 봐도 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돌아가고 싶다. 지금은 서로 경쟁 속에서 셋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우리 우정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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