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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태헌 기자] LG그룹의 분위기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2년 만에 화합을 중시하던 ‘인화(人和)’에서 생존을 위한 ‘도전과 성장’으로 180도 변모했다. LG그룹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배터리 사업에서 경쟁사와 협상 대신 소송을 선택하는가 하면, 임기가 남은 사장이라도 실적이 저조하면 교체하는 등 이전과 다른 경영 방식을 도입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LG가 미래사업가로 육성중인 100여명의 젊은 인재를 만나 도전과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이날 인재들에게 “더 큰 미래를 위한 성장에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며 “여러분이 성장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고객을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이 LG의 미래라는 걸 꼭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최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을 만날때 마다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 LG 최고경영진이 모인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L자 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가 올 것이고,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라며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강조한 바 있다.
구 회장은 이 같은 위기감 속에 안위하는 조직은 살아 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그룹내에 던졌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929억원)이 전년 대비 96.2% 감소한 LG디스플레는 대표이사 임기가 남았음에도 자진 사퇴 형식으로 수장을 교체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LG그룹이 대표이사의 임기를 보장해 왔기 때문에 이 같은 교체 방식이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큰 충격을 안겼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올해 역시 1조4580억원으로 감소하고 적자전환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LG디스플레이는 전체 임원과 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는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약 3000여명의 임직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의 계열사는 ‘조용한 경영’을 지속해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경쟁사를 비판하고,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통해 최근 6개월 간 8건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베를린에서 열린 IFA(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8K TV를 ‘가짜’라며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광고표시법 위반으로 신고했고, 같은 달 LG화학은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사업 미국법인을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앞서 4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유출해 배터리 관련 기술 등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제소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의 ‘확’ 바뀐 경영 방식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스타일이 그룹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과 만날때마다 ‘변화’를 당부하며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달라”거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께서 몸소 ‘주체’가 되어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달라”고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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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또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위해 경쟁력 있는 사업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 더욱 성장시키고, 경쟁에 밀린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해 그룹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최근 통신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 된 전자결제사업부 매각을 결정했고, 같은 이유로 LG전자는 계열사인 하이엔텍과 LG히타치솔루션 매각을 완료했다. 또 LG전자는 누적적자가 3조원 대에 이르는 스마트폰 사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평택 공장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승부수도 띄웠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에서는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판단한 케이블·IPTV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 주식을 8000억원에 인수했고, 그룹의 역점 사업인 자율주행 차량 사업을 위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 ZKW社를 1조4440억원에 인수했다. 아울러 미래형 산업인 로봇과 AI(인공지능) 등에 진출하기 위해 벤처 캐피탈인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 실리콘벨리의 5개 스타트업에 약 19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LG그룹의 변화에 대해 “40대 젊은 회장의 공격적 경영 방식이 그룹에 전파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하며 “이제라도 변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LG의 위상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헌기자 11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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