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그
지난 10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올라온 와그 앱 유해성 경고 메시지.

[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지난 10일, A씨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경고 메시지가 올라왔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와그(WAUG) 앱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광고사기를 저지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였다. 그 아래에는 친절하게 “이 앱 또는 앱 개발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더라도 앱의 이 버전은 기기에 유해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앱이 위험하니 삭제하라는 것이다. A씨는 별다른 고민 없이 앱을 삭제했다.

최근 와그 앱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구글이 친절하게(?) 유해 앱 경고를 보내 앱 삭제를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그는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 앱이다. ‘마이리얼트립(Myrealtrip)’이나 ‘클룩(KLOOK)’처럼 주요 여행지의 명승지나 액티비티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앱이다. 국내에서도 앱 다운로드 200만건을 돌파하는 등 견실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앱 생태계의 고래 구글이 분명하지 않은 기준으로 와그 앱 삭제 요청을 이용자들에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직접 보낸 유해 앱 경고이니 적잖은 사용자들이 동요를 일으키고 있고 상당수는 앱을 삭제했다. 하지만 와그는 구글의 경고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바로 이어진 주말(11~13일)에는 구글 측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와그를 서비스하는 와그트래블 측에 따르면 지난 10일 와그 앱이 구글 플레이에서 위험 앱이라는 경고가 나타났다. 11일 와그 안드로이드 앱 일부 이용자에게 구글 플레이 프로텍트로부터 정지 권고 메시지가 뜨며 ‘해당 앱이 광고 사기를 저지르려고 한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노출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구글의 일방적인 통보를 두고 와그는 자체적으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유력한 사유는 와그 안드로이드 앱 내 설치된 TNK팩토리의 마케팅 SDK(응용프로그래밍을 개발하기 위한 개발도구) 툴이었다. 와그 뿐만 아니라 이 SDK가 탑재돼 있는 대부분의 앱이 정지 처리 혹은 유해한 앱으로 간주가 된 것을 확인한 것.

와그는 사업 초창기인 지난 2017년, 와그 앱 홍보를 위해 모바일 광고 플랫폼 운영사 TNK팩토리에게 와그 앱 내 광고 툴 삽입을 요청해 모바일 광고를 진행했고, 2018년과 2019년에는 이 SDK 툴이 사용된 적이 없었다.

TNK팩토리
카카오의 자회사이며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는 TNK이팩토리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지한 내용. 현재 앱 이슈에 대해 구글 측에 리뷰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출처 | TNK팩토리

2년간 문제가 되지 않다가 돌연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TNK팩토리도 원인분석에 나섰다. TNK팩토리는 구글 플레이에서 받은 내용 ‘We’ve determined that your app is facilitating unauthorized advertising clicks on user’s device(우리는 귀사의 앱이 사용자 기기에 무단으로 광고 클릭을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을 바탕으로 앱과 SDK 툴을 점검했다. 하지만 구글플레이 위반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TNK팩토리는 현재 마케팅 SDK 툴과, 앱 전체를 리뷰할 수 있는 소스를 구글 측에 전달하고 구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TNK팩토리 측은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마케팅용) SDK는 당사 서비스앱에 선 탑재해 1주 이상 이슈 여부를 확인 후 파트너사에 배포하고 있다. 이번의 경우 상반기 적용 후 아무 업데이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안내사항 없이 정지된 케이스가 있어서 저희도 당혹스럽다”며 “14일 오전 시점까지 피드백을 못 받은 상태다. 미국시간으로 업무가 시작되는 14일 저녁 이후가 지나야 (구글플레이 측의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을 예상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와그와 TNK팩토리의 주장이 맞다면 구글 플레이측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글 측은 “개별 앱에 대해서는 코멘트 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구글은 “개발자는 구글플레이 개발자 정책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근거로 앱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개발사들이 이와 관련해 수정 조치를 취하면 복구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구글플레이는 개발사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국내 앱 마켓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구글의 영향력이다. 구글 플레이에서 앱이 검색되느냐 마느냐, 와그와 같이 유해 앱으로 평가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앱 업체는 영업에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앱 마켓의 독과점 사업자인 구글의 실수가 서비스 업체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와그에 구글의 경고가 뜨기 전에 TNK팩토리가 해당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와그 외에도 이 SDK 툴을 설치한 다른 많은 앱들도 같은 경고 메시지를 받았고, 앱이 강제로 스토어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와그는 문제 발생 직후 앱 내 SDK를 삭제하는 업데이트를 실시해 다행히 앱이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와그 앱의 사용에 대해 불안해하고, 또 일부 앱을 삭제했다면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것이 된다.

와그에 따르면 와그는 주로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기에 아이폰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스토어 사용자 비율이 5대 5 정도다. 구글플레이에서만 문제가 제기 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략 100만의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사용자들에게 악성 앱이라는 이미지가 씌어진 것이다.

아직까지는 구글과 TNK팩토리 측 어디가 문제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앱 생태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구글이 영향력만큼 일방적인 통보 방식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이용자는 물론 앱 서비스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소통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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