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의 박민우
두산 박민우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외야에서 몸을 푼 뒤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출발선에 서면 누구나 긴장감을 느낀다. 단전 밑이 간지러운 묘한 설렘도 있다. 이 출발선이 대망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이라면 설렘보다 긴장감이 조금 더 높다.

생애 첫 KS 무대를 밟은 키움 송성문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1차전을 앞두고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꿈꿨던 무대다. 막 설렐줄 알았는데 긴장감이 조금 더 크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빨리 경기가 시작돼 몰입하고 싶다는 표정이 묻어났다. 송성문은 “1경기 패배가 실패로 이어진다는 위기감 때문에 긴장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전이 주는 심리적 부담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우승이라는 쾌감 사이를 오가는, 마치 어름사니가 된 기분과 비슷해 보인다.

[포토] 키움 박동원, 이정후의 기운 좀 받아보자~!
키움 이정후가 22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하면서 박동원에게 토스를 올려주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단기전 베테랑들의 마음은 어떨까. 특히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KS와 대표팀 경기 중 어느쪽이 더 부담스러울까.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킬러로 등극했던 봉중근 KBS 해설위원은 “대표팀과 포스트시즌(PS)의 긴장감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 위원은 KS를 치른적은 없지만 LG에서 PS 경험을 했다. 봉 위원은 “1경기만 패해도 탈락할 수 있다는 부담감은 똑 같다. 오히려 나는 대표팀 경험을 먼저했기 때문에 팀에서 PS를 치렀을 때 훨씬 편했다”며 웃었다. 단기전도 자주 치르면 내성이 쌓여 처음 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평정심에 가깝게 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키움 박병호의 얘기는 조금 달랐다. 박병호는 “개인적으로는 KS보다 대표팀 경기가 훨씬 긴장된다”고 말했다. 단기전 특유의 부담감이나 긴장감은 비슷하지만 대표팀 경기에는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더해진다는 게 이유다. 그는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고 밝혔다. 단순화하면 KS에서 준우승에 그치면 키움 팬들만 실망하지만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모든 야구팬이 실망한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무게감은 생애 첫 우승보다 훨씬 더 어깨를 무겁게 한다.

[포토] 김재환, 투지의...내야 안타!
두산 김재환.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올해로 4년째 KS 무대를 밟은 두산 김재환은 “매년 KS를 치르기 때문에 정규시즌과 크게 다른 느낌은 없다. 우리 팀 분위기가 그렇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휴식기 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칼을 갈았다”고 결의를 다졌다. 스스로 “대표팀에 가면 나는 백업이다. 쟁쟁한 야수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현수 박건우 민병헌이 버티는데다 ‘젊은피’ 이정후와 강백호까지 태극마크를 달아 수비나 타격 모든 면에서 밀린다고 자신을 낮췄다. 팀의 4번타자가 짊어져야 하는 KS 우승 열망은 아무리 태극전사여도 내려놓기 힘든 위치라는 뜻이다.

KS는 한 시즌 농사의 마지막 결실을 맺는 무대다. 선택받은 팀과 선수만 밟을 수 있다. 쌓은 경험과 팀 내 위치에 따라 경중은 나뉘지만 ‘1경기만 패하면 끝’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뛴다. 1패를 저지하기 위한 싸움은 수 많은 명승부를 연출한다. 각자 가진 긴장감이 집중력으로 바뀌는 순간 왕관의 주인이 가려진다. 겨우 출발선을 떠났을 뿐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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