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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야구는 전쟁이다. 그러나 승리를 위해 정도를 벗어난 일탈까지 용납하진 않는다. 전쟁에서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그런데 키움의 송성문(23)이 프로의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일탈 행동으로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섰다.
송성문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프로선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막말을 쏟아냈다. 파장은 컸다. 쏟아낸 말도다 훨씬 강한 강도의 비난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그는 이날 더그아웃에서 두산선수가 타석에 서거나 또는 부상으로 넘어지자 그들을 향해 조롱 및 비하성 발언을 거침없이 퍼부었다. 그 모습이 영상으로 퍼지며 두산 선수단을 비롯해 많은 팬들이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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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문은 23일 2차전 경기에 앞서 공식 사과하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다. 그는 “어제(22일) 행동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죄송하다. 야구를 사랑해 주는 팬들께도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논란이 생겨 후회된다. 동료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나를 신경쓰지 않고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저격성 발언의 피해자인 두산 김재호는 “사과하려면 개인적으로 찾아와 진정성 있게 해라. 팀의 문제보다 개인의 문제다. 직접 와서 진정성 있게 사과했으면 좋겠다. 프로선수라면 야구 외적인 부분으로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피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송성문의 돌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규시즌에서도 두산 김재환을 향해 막말을 한 뒤 사과한 전례가 있다. 그렇다면 송성문 사태는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키움 선수단 전체의 문제로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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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입장에선 기싸움에 밀리지 않고 사기진작을 위해 소리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정도를 벗어나면 폭력이다. 송성문의 막말을 접한 두산 선수들은 “듣는 입장에서 저주의 느낌이 들었다”라고 반응했다. 송성문 사태의 책임은 키움 선수단 전체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키움은 KBO리그내 다른 구단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선수들의 연령도 젊다. 그러나 자유가 방종을 의미하진 않는다. 팀내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 선수들은 후배들에게 프로선수로서 지켜야 할 선을 주지시켜야 한다. 막말사태가 반복되는 건 키움이 가지고 있는 더그아웃 문화의 허점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양 팀 감독은 송성문으로 불거진 문제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으며 사태 확산을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 대부분 역시 관련 이야기를 입밖으로 꺼내길 주저하며 동업자 정신을 우선시 했다. 그러나 송성문이 2차전 2회 타석에 들어서자 잠실구장엔 관중들의 야유가 크게 울렸다. 이번 사태로 프로답지 않은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는 요구였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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