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타격코치 허문회의 여유[포토]
롯데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허문회 전 키움 코치가 지난 5월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미소짓고 있다. 강영조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선수가 먼저 다가오게 하는 소통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제19대 사령탑으로 허문회 신임 감독을 선임한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성 단장은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감독 선임에서) 선수와 소통이 최우선이었다. 다만 소통이라는 건 무조건 선수에게 잘해줘서만도 아니다. 예를 들어 베이스러닝을 안했을 경우, 1루로 전력질주를 안했을 경우, 팀이 연패에 빠졌을 경우 등 (선수 경기 자세와 팀의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이냐 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했다”고 말했다.

난파선에 비유되는 롯데는 올시즌 최하위로 추락한 성적의 이면엔 선수의 기본기 실종 뿐 아니라 패배 의식에 젖은 경기 자세도 빼놓지 않고 언급됐다. 당장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도 선수단 전체가 각성하고 책임있는 플레이를 하는 데 있어 허 감독의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성 단장은 “지도자가 더그아웃 밖으로 선수를 따로 불러내서 한소리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다른 선수들은 ‘아, 이 팀에서는 아무말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데 잔소리를 한다고 느끼면 지도자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며 “허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님에도 타격코치, 수석코치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강압적이지 않고 선수가 먼저 다가오게 만드는 기술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활용 등도 고려했지만 (감독 선임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건 아니었다. 소통 등 중요도가 높은 평가 항목에서 허 감독이 가장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 허 감독은 지난 2007년 LG 2군 타격코치를 시작으로 2012년 키움 전신 넥센의 타격코치, 지난해 키움 수석코치 등을 맡으면서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도자로 널리 알려졌다. 다만 뚜렷한 색깔을 입증한 유형은 아니어서 롯데의 선택이 의외라는 야구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타격코치 출신 감독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롯데처럼 재건을 향한 팀에는 확실한 자기 색깔을 지닌 지도자가 더 어울린다는 견해도 있었다. 더구나 허 감독은 1군 사령탑 경험도 없다.

성 단장은 허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세 번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선임 확정 시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야구계에서는 준플레이오프(PO)께 상호 협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본다. 롯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상적인 소통과 더불어 기술적 소통에서 호평을 받은 허 감독을 선택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롯데의 지향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단순히 소통을 잘하는 감독으로 지금의 롯데를 바꿀 수 있을까. 야구계에서도 롯데의 선택은 의외라는 평가다. 소통 잘하는 감독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