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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밀 자브로프가 권아솔에게 파운딩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여수 | 이주상기자] ROAD FC가 순풍에 돛을 달았다. 여수에서 최초로 개최한 굽네몰 ROAD FC 056이 흥행에 성공했다. 6월 원주대회, 9월 대구대회 등 지방에서 3연속 전석매진 등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ROAD FC의 ‘전국화’,‘지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수대회는 3500석의 좌석이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밴텀급 챔피언’ 김민우(26·모아이짐)가 1차 방어에 성공했고, 권아솔(33·FREE)은 샤밀 자브로프(35·AKHMAT FIGHT CLUB)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 ‘밴텀급 챔피언’ 김민우, 장익환 상대로 1차 방어 성공

챔피언 김민우와 도전자 장익환(32·팀파시). 두 파이터는 SNS로 수차례 신경전을 벌여온 사이다. 경기가 결정되기 전부터 조금씩 조짐이 보이더니 경기가 발표된 후부터는 대놓고 상대를 저격했다. 장익환은 김민우를 향해 “왕자병”이라고, 김민우는 장익환을 향해 “선수는 시합으로 증명하는 거야”라며 맞받아쳤다.

이후 두 파이터의 신경전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장익환이 “너 소녀들이랑 운동할 때 나는 하루하루 정말 맹훈련하고 있어 지옥 같은 곳에서. 너 소녀들 앞에서 웃통 벗고, 주짓수하고 미트 좀 치고, 샌드백 치고, 네가 마치 세계 최고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너는 훈련 방식부터 바꿔라. 정신 차리고. 케이지에서 보자”라며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 더욱 크게 불을 붙였다.

김민우도 “도발은 시합 때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거니까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다. 근데 소녀들이랑 훈련한다고 해서 내 주위 사람들, 내 훈련 파트너들과 친형, 챔피언 형님들을 다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쪽보다 훈련 파트너가 훨씬 짱짱하다. 소녀들이랑 훈련한다는 말에 많이 흥분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글을 썼는데 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 것 같다. 확실하게, 잔인하게 끝내려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계체량에서도 화끈한 경기를 다짐했던 두 파이터의 대결은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수시로 잽을 날리고 킥을 시도하며 서로를 공격했지만, 좀처럼 피니쉬가 나오지 않았다. 결과는 김민우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이 경기가 열리기 4주 전 김민우는 손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펀치를 시도하고, 그라운드 공방전을 벌여야 하는 MMA에서 손 부상은 치명적이다. 김민우는 부상 발생 직후 ROAD FC에 사실을 알렸다.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은 되지만, 훈련 시간이 부족할 것이 분명하기에 ROAD FC는 김민우의 출전을 만류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ROAD FC 김대환 대표는 “경기가 열리기 한 달 전에 김민우가 대회사에 부상 소식을 전했다. 손이 회복될 시간은 되지만, 부상이 있기에 제대로 운동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출전을 만류했지만, 1차 방어전이라 김민우의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민우는 최선을 다했다. 결국 김민우의 투혼은 1차 방어 성공으로 이어졌다.

경기 후 김민우는 “이겨서 다행으로 생각하는데,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고 찝찝하다. 연습한 게 10분의 1도 안 나온 거 같다. 일단 시합 준비하면서 다친 곳이 많아서 부상 회복이 먼저다. 회복에 집중하고 (부족한 점) 보완해서 강해져야 할 것 같다.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말로는 화끈하게 약속을 했는데, 뜻대로 되지가 않더라. 손이 부러지니까 (타격의) 임팩트가 잘 안 나왔다. 다음에는 (부족한 점) 보완해서 눈 호강시켜드리는 경기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 여전한 실력으로 권아솔 꺾은 샤밀 자브로프와 ‘뉴 페이스’ 시게모토 & 페도셰프

‘빅토리 매치’의 승자는 샤밀이었다. 권아솔의 대결에서 시종일관 자신의 플랜인 그라운드 게임으로 권아솔을 물리쳤다. 두 파이터의 대결은 오래전부터 기대된 매치다. 100만불 토너먼트 16강전부터 샤밀과 그의 사촌 동생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그리고 권아솔이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 샤밀이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전에 오르자 그 신경전은 더욱 거칠어져 도발은 물론, 잠깐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만수르 바르나위에게 모두 패한 두 파이터가 대결하게 됐는데, 결과는 샤밀의 승리였다.

샤밀은 3라운드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꾸준히 그라운드로 권아솔을 끌고 갔다. 피니쉬를 하기 보다는 권아솔은 압박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작전이었다. 5분 3라운드 경기에서 거의 대부분을 그라운드 게임으로 끌고 가면서 다소 정적인 경기가 계속됐다. 결국 샤밀은 권아솔과의 경기를 심판 판정 전원일치 승리로 마무리 했다.

경기 후 샤밀은 “빨리 끝장내고 싶었는데 2주 뒤에 다른 시합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경기했다. 권아솔이 내 사촌 동생 하빕에게 한 얘기 등으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제대로 혼내주고 싶었다. 그런데 계획대로 잘 안 됐다. 원래 권아솔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수르와의 시합에서도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싸워보니까 생각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권아솔이 시합 준비를 많이 한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권아솔도 케이지 위에서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노력은 했는데,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파이터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 ‘파이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나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대중적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주위에서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위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내와 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샤밀의 승리 외에도 두 명의 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꺾고 승리를 챙겼다. ROAD FC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엔히케 시게모토와 알렉세이 페도셰프다. 시게모토는 최원준, 페도셰프는 고기원을 각각 꺾고 1승을 챙겼다.

먼저 경기에 나선 페도셰프는 고기원과 난타전을 벌였다. 빠른 펀치와 킥 콤비네이션이 위력적이었고, 거리 감각도 뛰어나 킥복싱 챔피언다운 클래스를 보여줬다. 비록 고기원을 피니쉬로 쓰러뜨리지 못했지만, 박수받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시게모토의 경기력도 인상적이었다. ROAD FC 역대 최단 시간 KO 기록 보유자 ‘5초의 사나이’ 최원준을 단 29초 만에 이겼다. 시게모토의 우세는 경기 시작 직후부터였다. 최원준이 잽으로 거리를 잡을 때 로우킥으로 왼발을 공격, 최원준의 중심을 무너뜨리며 찬스를 잡았다. 최원준이 넘어지며 당황할 때 기회를 포착한 시게모토는 연이어 펀치를 최원준의 안면에 적중시키며 주도권을 잡았다.

거친 공격에 최원준이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시게모토는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라운드 상황은 물론, 스탠딩 타격에서도 연타를 최원준의 얼굴에 꽂아 넣으며 다운을 이끌어냈다. 다리가 풀리며 최원준이 뒤로 크게 넘어지자 임태욱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며 29초 만에 승부가 갈렸다.

◇ 나란히 승리 후 이정영, 최원준 언급한 김세영과 황인수

굽네몰 ROAD FC 056에서 김세영과 황인수는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정영, 최원준을 각각 언급했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파이터이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이정영과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 1차전은 김세영이, 2차전은 이정영이 가져갔다. 김세영과 대결할 당시 이정영이 챔피언이 아니었고, 이들의 2차전이 챔피언 타이틀 도전권이 걸린 경기로 진행돼 김세영은 더욱 아쉬웠다.

김세영은 장대영과 판정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킥과 펀치를 고루 사용하며 장대영을 공략했고, 심판 판정으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나고 진행된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김세영은 “묘한 집착이 생겼다. 지든 이기든, 이정영 그 XX 얼굴을 작살내지 않으면 평생 동안 가슴에 담아둘 것 같아서...한 번 붙자”며 ‘페더급 챔피언’ 이정영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황인수 역시 승리 후 맞붙고 싶은 상대를 언급했다. 그 대상은 최원준이었다. 황인수가 꺾은 상대는 김은수. 5초 KO패 후 첫 경기를 치른 황인수는 그동안과 달리 진지하고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다. 상대의 테이크 다운 공격에 침착하게 대처했고, 스탠딩 타격전에서도 상대의 공격을 보고 피하며 공격 기회를 노렸다.

황인수가 자신의 페이스를 끌어올릴수록 김은수는 크게 훅을 휘두르며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황인수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승부도 타격으로 갈렸다. 로우킥으로 김은수의 스텝을 멈추게 한 황인수는 잽에 이은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김은수의 턱을 공략, 다운을 이끌어내며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 후 황인수는 “(패배 후) 많이 배웠다. 많이 깨우치고, 패배가 많은 걸 알려주더라. 패배한 뒤로 더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이제 내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겠다. 이전 시합에서 너무 자만했고, 방심해서 경기력이 안 좋았는데, 이제는 그런 자만하고 건방진 모습 다 벗어던지고 겸손한 모습으로 진지하고, 진중하게 시합에 임하겠다. 챔피언전도 중요한데, 최원준 선수랑 다시 한 번 하고 싶다. 방심해서 진 게 너무 자존심 상한다. 다시 한 번 제대로 하고 싶다”며 재대결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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