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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훌륭한 선생이다. 위대한 감독이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어딜 가든 박항서 감독을 향한 칭찬이 끊임 없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난 2년간 박 감독이 일궈 놓은 업적들은 그를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사령탑을 맡은 박 감독은 이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첫 AFC 주관대회 결승 진출(준우승)을 이끌었다. 이어 8월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역시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지난해 12월엔 베트남이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을 10년 만에 일궈내는 중심에 섰다. 한 달 뒤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8강에 진출, 베트남 돌풍을 동남아시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원정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행도 역대 처음이다. 얼마 전엔 베트남축구협회와 3년 재계약을 했고, AFF가 격년제로 선정하는 ‘올해의 감독’에 뽑히기도 했다.
박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오는 14일과 19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국립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G조 4~5차전을 치른다. 4차전 상대는 G조 톱시드를 받은 중동의 강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다. 5차전은 동남아시아 최고 라이벌 태국전으로 두 나라의 경기는 한·일전과 비슷한 열기를 띤다. 2연전 앞두고 베트남 현지에서 느낀 베트남인들의 박 감독 인기와 존경심은 상상 이상이다. 하노이 국제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면 베트남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뛴 적이 있는 루엉 쑤언 쯔엉과 박 감독이 같이 있는 국내 은행 광고가 전세계인을 맞는다. 해외에 나가면 가장 먼저 만나기 마련인 택시 기사를 통해서도 박 감독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택시 기사 담 쑤안 펑(58) 씨는 여느 외국인 손님을 태운 듯 무뚝뚝한 태도로 기자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임을 설명하고 박 감독 얘기를 꺼내자마자 반색하며 태도를 바꿨다. 그는 “박항서 감독님은 훌륭한 선생님이다. 나도 그를 좋아한다. 경기 때면 찾아가서 응원한다”며 “또 베트남 국민이 박 감독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만나 축구 얘기를 할 때면 박 감독에 관한 대화도 많이 한다. 그가 베트남 축구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박 감독은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일반 축구팬이 바라보는 시각과 축구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축구를 1년 내내 접하는 이들이 더 냉정하기 마련이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베트남 대표팀 내면까지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베트남축구협회 내부와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대중의 시각과 전문가의 시각을 다를 때가 많다. 베트남에선 일치했다. 지난 12일 아시아 2차 예선 4~5차전 취재증을 받기 위해 찾아간 베트남축구협회의 내부 사람들도 박 감독에 관한 평가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신을 뚜웬이라고 소개한 협회 내 영상 담당자는 “10년 전 우승했던 스즈키컵에서 (박 감독 덕분에)다시 지난해 우승할 수 있었다. 피파랭킹도 100위 밖이었지만 이제는 (두 자리 수)안으로 진입했다”며 박 감독 업적에 높은 점수를 줬다. 협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베트남 국민은 박 감독을 높게 평가한다. 우리는 그를 ‘베트남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또 푸근한 인상을 지닌 박 감독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귀여운 이미지때문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이라는 별명도 생겼다”고 했다. 박 감독의 인기는 이제 대중적인 이미지까지 더해질 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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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이 이런 사랑을 숨은 이유는 단순한 국제대회 성적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베트남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 꼽힌다. 베트남은 한·일 관계처럼 태국과 사이가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숙적 태국과 붙는 모든 승부에서 죽을 각오로 임하는 면이 우리의 일본전 모습과 닮았다. 베트남축구협회 관계자는 “박 감독 이전에 베트남 국민은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더라도 인기가 좀 있는 U-23 대표팀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국가대표팀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며 “그러나 박 감독이 지휘봉 잡은 뒤로 성적도 좋아지고 특히 국가대표팀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태국보다 실력과 성적이 올라서 매우 기분 좋다. 그가 오기 전엔 태국전 성적이 좋지 않아 (축구만 하면)불안했다. 박 감독이 오고 난 뒤 어느 팀과 붙어도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서움이 없어졌다. 그래서 베트남 국민은 박 감독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이제 새로운 무대를 꿈꾼다. 본선행은 나중에 얘기하더라도, 당장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처음으로 오르고 싶어 한다. 분수령이 될 UAE전, 태국전 등 홈 2연전에서 박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베트남 팬들의 말대로 박 감독은 “우리(베트남) 축구에 빠져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연말 벌어지는 동남아시안(SEA) 게임 우승컵 기대감까지 합쳐지면서 박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이 베트남을 사로잡고 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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