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베트남 축구의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한 박항서 감독은 현지 한인 사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로 지난 2년간 베트남 축구에 많은 업적을 쌓아올렸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성공 신화의 첫 발을 뗀 박 감독은 같은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냈다. 두 달 뒤인 12월에는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 정상에 서기까지 했다. 10년 만의 우승컵을 베트남에 안긴 것이었다. 올해 초에는 아시안컵 8강 성적을 달성하는 등 지금까지 꾸준히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실력만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는 게 아니었다. 그의 인덕과 성품이 어우러져 존경받을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그렇다면 베트남이 아닌 한국인의 시선은 어떻게 다를까. 겉모습을 포장할 순 있어도 결국 동포들에게 탄로나기 마련이다. 윤상호 하노이 한인회장을 통해 들은 한국 교민의 목소리는 베트남 사람들의 존경심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박 감독은 교민들에게도 따뜻한 정을 나눠주고 있다. 감독을 벗어나 ‘사람 박항서’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
하노이에 16년째 거주하며 사업체를 운영 중인 윤 회장은 하노이 한인 사회 중심에서 누구보다 박 감독에 대한 평가를 자주 들었다. 윤 회장은 “교민들이 정치적인 것으로 하나가 되기 힘든데, 스포츠로는 하나가 되기 쉽다. 박 감독 개인에게도 베트남에서 영웅이 된 자체가 영광이겠지만 교민들에게도 영광이다. 박 감독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 감독의 인품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윤 회장은 “박 감독이 까칠했다면 (한인 사회에서)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굉장히 다정다감하다. 사진을 찍자고 하면 한 번도 거절하는 법이 없다. 바쁘면, 바빠서 죄송하다고 설명까지 해준다”고 전했다.
윤 회장이 직접 보고 느낀 박 감독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박 감독 이전에 베트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호앙 쑤안 빈(사격)을 키운 박충건 감독이 있다. 그리고 양궁 펜싱 태권도 야구 등 다양한 종목의 우리나라 감독들이 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박 감독에 비해 처우가 좋지 못하다. 선수들과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지도자도 있다. 박 감독은 사석에서 만나는 한국인 지도자들에게 ‘나 혼자 다 혜택을 누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마음을 표현한다”며 “그런 면을 봤을 때 박 감독은 마음이 좋은 분이다. 심성이 곱고 바른 분”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의 위상이 한인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건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다양한 이유로 먼 타국에 있지만 대부분 경제활동을 위해 베트남에 왔다. 윤 회장은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 기업과 일본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8500개 정도 들어와 있고 일본은 절반 정도 수준이다. 여기서 일본과 경쟁에 밀리면 투자금액이 전부 날아가는 것이기에 국부 손실이나 다름없다. 박 감독이 중요한 시점에 활약하면서 경제에도 도움되고 있다”고 했다. 하노이의 최고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일본인이다. 스포츠에선 한국인 박항서가 있다. 윤 회장은 “일본인 지휘자가 베트남 사회에 깊게 파고 들어 (일본에)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역시 박 감독이 스포츠 영웅으로 등극 것에 따른 반사 이익은 막대하다. 박 감독의 활약이 우리 국가 기업에 한·일간 경쟁에 이점을 준 건 분명하다”고 경제적인 시각으로 분석했다.
|
윤 회장은 현재와 반대의 상황에도 가정해서 얘기했다. 그는 “현재 박 감독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이 클 것이다. 어떻게든 지금의 위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교민들이 우려하는 건 정점에서 인기가 추락했을 때다. 한국 기업들이 받을 부담도 없지 않다”면서 “그렇기에 박 감독이 현재 우리 교민에게 자부심을 주는 만큼 우리 교민들도 응원하고 있다. 박 감독이 졌을 때도 우리 교민들이 옆에서 힘을 주려고 한다. 새로 계약한 2년도 영웅으로서 잘 마칠 수 있도록 교민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우리나라 정부에서 박 감독에게 훈장이라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 박 감독에게 대우해 준다면 베트남 정부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바라볼 것”이라며 “박 감독이 (경제적 측면에서)중요한 시점에 온 건 분명하다. 한국 기업 이미지 상승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purin@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