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박항서 감독이 20일 베트남축구협회에서 가진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노이 | 이용수기자

[하노이=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취임 2기에는 100%는 아니지만 한 단계 진화된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

지난 2년간 성공 신화를 작성한 박항서 감독이 내년 1월30일을 기점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박 감독은 지난 7일 베트남축구협회 미팅홀에서 총 3년(2+1년)의 임기를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박 감독은 지난 2017년 10월 취임 이후 베트남 축구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성인 대표팀의 위상부터 축구 시스템까지 이미 몇 단계 발전시켰다. 게다가 베트남이 동남아 지역 최대 라이벌로 꼽는 태국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박 감독을 보좌하는 이영진 코치는 “우리가 온 뒤로는 태국에 진 적이 없다. 이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함께 성장한 선수들, 특히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며 “이전에는 태국에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면 지금은 부담을 덜어줘서 냉정하게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박 감독이 베트남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트남 축구는 박 감독의 첫 번째 계약이 끝나기도 전 그의 다음 임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 감독은 지난 19일 태국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G조 5차전을 치르자마자 취재진에게 2기 청사진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지 얼마 안 됐다”며 “전체적인 건 시간을 가지고 코치진과 상의해보고 우리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20일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두 번째 임기에 관한 청사진을 대략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2년이 지났으니 변화를 줘야 할지, 보완해야 될지 코치진과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우리 포메이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미 너무 노출됐기에 내년에는 고민해야 한다. 내년에는 아세안경기대회(SEA게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A대표팀에 합류한다. 문제는 중앙 스트라이커에 경험 많은 선수가 적다는 점이다. 원톱과 투톱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비도 마찬가지다. 현재 축구가 베트남에 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동남아 지역에선 강팀을 만나도 잘 막을 수 있다. 실점이 거의 없다. 변경해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경쟁력도 없이 옷만 갈아 입어도 될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덧붙였다.

큰 틀의 청사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박 감독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최주영 닥터가 온 것도 그에 대한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축구대표팀은 한국과 달리 코치진을 프로리그에서 차출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즉 대표팀 소집 기간 차출됐다가 다시 본 소속팀으로 돌아가 일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수행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소리다. 그런 측면에서 박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부터 최주영 닥터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20년간 인연을 이어온 오랜지기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냈고, 최 닥터가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최 닥터 역시 평소에는 베트남 재계서열 1위인 빈그룹이 운영하는 빈맥 재활병원에서 수석 트레이너로 일하며 대표팀 부상 선수들의 재활을 책임지고 있다. 최 닥터는 대표팀 소집 시기에만 A대표팀에 차출돼 의무팀 수석 트레이너로 일한다.

A대표팀 내 전문가의 필요성을 어필한 박 감독은 “여기서는 감독이면 다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영양사가 없어서 의무팀에서 맡고 있다. 영양사, 의무팀 모두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축구 선수라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자 본인 영역을 가진 전문가들의 도움이 최대한 필요하다”며 “100%는 아니지만 지금보다 한 단계 진화된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으로 가 볼 생각이다. 재정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무리한 건 요구하지 않을 생각이다. 조금씩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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