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달렸다. 국내 독립리그부터 일본 독립리그, 그리고 드래프트 지명까지 2~3년 동안 정신없이 뛰고 던졌다. 1군 데뷔전 또한 일찌감치 찾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 자신도 모르게 통증과 마주했고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LG 사이드암 투수 한선태(25)가 프로에서 보낸 1년을 돌아보며 철저한 준비를 다짐했다.
지난 6월 25일은 KBO리그 역사가 새롭게 기록된 날이다. 초·중·고 내내 정식 야구선수가 아니었던 한선태가 KBO리그 1군 무대인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초 LG 구단은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는 9월에 한선태를 콜업할 계획이었으나 한선태는 시즌 초반부터 퓨처스리그를 정복했다. LG 2군 불펜투수 중 구위와 더불어 성적까지 가장 뛰어났다. 당시 LG 최일언 투수코치는 “한선태가 2군에서 가장 잘하고 있기 때문에 올리는 것”이라며 한선태가 자신의 실력으로 1군 등판 기회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불과 2년 전 야구팬으로서 잠실구장을 찾았던 그는 이날 제구가 다소 흔들리면서도 실점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다음 경기에선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했던 모습 그대로 묵직한 구위도 자랑했고 제구도 안정됐다. 5연속경기 무실점을 달성한 한선태는 6번째 경기인 7월 9일 잠실 두산전에서 2.1이닝 3실점한 후 2군으로 다시 내려갔다. 이 경기가 한선태의 2019시즌 1군 무대 마지막 경기가 됐다.
|
지난주 이천챔피언스파크에서 마무리캠프를 종료한 한선태는 다시 1군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당연히 9월 1군 복귀를 목표로 삼았다. 한 번 1군에 갔다오니까 꼭 다시 가야한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그런데 욕심을 너무 부렸다. 아픈데도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공을 던졌다. 결국 8월에 오른쪽 골반 통증으로 경기 자체를 못나가게 됐다. 평소 코치님들께서 아플 때 무리하지 말고 확실히 회복하라고 하셨는데 이를 어기고 말았다. 이렇게 길게 아팠던 적은 처음이었다”며 부상으로 이탈한 순간을 회상했다.
부상 후 재활군에 합류한 한선태는 늘 그랬듯 매일 TV로 1군 동료들을 응원했다. 낮에는 재활과 근력강화에 집중하고 밤에는 야구를 시청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에 임했다. 그는 “일단 체중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입단 당시 78㎏였는데 지금 86㎏까지 나간다. 부상 후에는 최일언 코치님이 만들어주신 표대로 골반훈련을 하고 있다. 매일 남들보다 한 시간씩 먼저 나와 골반 운동과 스트레칭을 한다. 1군은 정말 다치지 않아야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우석이도 그렇고 1군에 꾸준히 있는 형들을 보면 경기 전에 따로 훈련을 굉장히 열심히 한다. 홀로 열심히 하는 형들이 꾸준히 1군에서 자기 역할을 했다. 나또한 골반 훈련을 내 루틴으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동료들이 포스트시즌에서 뛰는 것도 다 봤다. (정)우영이가 던지는 모습을 보니 동기부여가 되더라. 그 모습을 보고 더 열심히 이천에서 훈련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지금까지 한선태는 ‘비선수 최초 프로입단’을 목표로 마냥 달려왔다. 꿈을 이뤘고 프로 첫 해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한선태 또한 냉정히 돌아보면 1년차 신인이다. 부쩍 늘어난 경기수와 보다 치열해진 환경에 몸에 버티지 못했다. 한선태는 “아프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크게 느낀 프로 첫 해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방출통보를 받고 떠나는 선수들을 보면서 프로세계의 냉정함도 느꼈다. 정말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더라. 스프링캠프도 가고 싶고 다시 1군 무대도 밟고 싶지만 결국에는 그만큼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일단은 1군 무대 첫 승, 첫 홀드, 첫 세이브가 목표지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언제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두 번째 시즌을 응시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