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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김봉진 대표가 자수성가로 일군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합병됐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데 쓴 비용은 자그마치 40억 달러(한화 약 4조7000억원).
국내 스타트업이 이렇게 높은 가치를 평가받은 일은 분명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달 앱 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글로벌 시장 확대 위한 행보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을 비싼 가격에 인수할 뿐만 아니라,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이 각각 50%의 지분을 출자해 ‘우아DH아시아(Woowa DH Asia)’를 싱가포르에 설립하고, 김종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이 신설 법인의 회장을 맡게 될 전망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현재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에서 배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베트남에도 진출한 상태다. 이들 아시아 국가들은 그랩의 그랩푸드(GrapFood), 우버의 우버이츠(Uber Eats), 고젝의 고푸드(Gofood)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앞서 진출한 상태지만 신설 법인인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 진출국들에 배달의민족 DNA를 주입하고 배달 시장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국내 시장은 독과점 체제?우아한형제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배달 앱 시장의 독과점 우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시장을 양분해온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하며 사실상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내 배달 앱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우아한형제들이 55.7%, 요기요 33.5%, 배달통이 10.8%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이번 인수합병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의 독과점 여부를 두고 조사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을 100%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국내 배달 앱 시장 1, 2, 3위가 모두 딜리버리 히어로와 관련이 있는 ‘한지붕 세가족’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인수합병 이후 시장 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진 점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만으로 9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가격 담합이나 광고료 인상, 서비스 비용 인상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같은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예상된다면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 자영업자 배달 앱 이용 수수료 증가 우려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주 고객인 자영업자들도 이번 인수합병 소식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배달의민족의 급성장과 함께 요기요가 등장해 경쟁을 벌이면서 소비자들이 편리한 배달 앱을 선호하게 되자 자영업자들은 하는 수 없이 수수료를 내면서 배달 앱을 사용하게 됐다. 그런데 시장 1, 2, 3위 사업자가 모두 한 식구가 되면 결국 경쟁이 사라지고 수수료 인상이나 가격 담합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이제 소비자들은 전단지를 보고 주문하지 않는다. 앱을 사용해 배달을 요청한다”면서 “그런데 5조원 가까이 되는 돈을 주고 배달의민족을 인수했으면 그 돈을 뽑기 위해 수수료를 올릴까 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에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모두 경쟁력이 있는 만큼, 지금처럼 각자 운영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배달 앱 수수료 인상은 결국 ‘원가인상’이니만큼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이를 음식값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독과점으로 인한 배달 수수료 인상이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전가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소비자 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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