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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강남의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규제가 극심한 초고강도 부동산 시장 집값 잡기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해 9·13대책 이후 1년3개월 만이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정한 뒤 꼭 한 달만이다.

이번 정부 들어 2017년 6·19대책, 8·2부동산 대책, 지난해 9·13대책에 이어 정부 합동 종합대책 형태로 발표된 4번째 대책이면서 지난해 12월 주거복지 로드맵이나 지난달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 지정 등 후속 조치까지 합치면 18번째 대책이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와 종합부동산세 과세라는 강력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했고, 분양가 상한제 지정 이후 되레 수도권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확산되자 결국 추가 대책 카드를 빼들었다.

이번 대책 발표는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는 “집값 불안 시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언급해왔지만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에 대해 한달간 침착하게 지켜보다 전격적으로 깜짝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 18번의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 6개월 연속 상승…추가 대책 불가피

정부는 그간 서울 집값에 대해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심각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발표한 현 정부 중간 평가에서는 “8·2대책, 9·13대책 등으로 국지적 과열에 대응한 결과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 주택 가격이 2013년 이후 최장 기록인 32주 연속 하락하는 등 전국 주택가격은 예년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 중이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국정감사 등에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종합부동산세 과세 등 효과가 나타나면 올해 연말쯤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6개월 연속 상승하고, 분양가 상한제 지정 이후 오히려 집값이 급등하면서 정부의 상황 판단이 시장 상황과 동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게다가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는 결정타가 됐다. 이 문제는 정부 공인 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조사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정부는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후 본격적으로 부동산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자신 있다”, “현재의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더욱 강력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밝힌 가운데서도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해서 오르자 서둘러 대책 발표를 결정한 것이다.

특히 집값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분양가 상한제 미지정 지역인 과천, 양천구 목동, 동작구 흑석동, 광명 등 지는 물론 조정대상지역 해제지역인 부산, 고양 등지로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한 실거래가 조사에서 갭투자 거래가 증가하고 증여·법인 설립 등을 활용한 투기성 매수가 증가한 것도 대책 마련에 불을 지폈다. 추가 대책과 관련한 청와대의 지시는 엄중하고 단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집값을 잡을 대책을 내놓으라는 지시였다.

대책의 준비 과정은 극소수 핵심 관계자들만 공유할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다. 사전에 대책의 내용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 내용 유출 시 형사처벌하겠다는 엄명도 떨어졌다. 이날 대책 발표는 언론에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종부세 부과와 18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공시가격 인상 계획 발표 등 추가 규제 효과를 지켜본 뒤 연말을 넘겨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빗나갔다. 그만큼 정부 내부에서도 내심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 세금·대출·청약·공급 총망라한 대책…내년 상반기 추가 대책 예고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또다시 세금·대출·청약·공급 대책을 총망라한 종합 규제책을 내놨다. 9·13대책 이후 분양가 상한제 지역 핀셋 지정과 같은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보고,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규제 카드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평가다.

우선 대출은 그동안 논란이 되던 우회·편법 대출을 모두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주택 구매용도로 사용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2주택자나 고가주택 매수자의 전세자금대출을 즉각 회수하고, 주택임대업 외 법인사업자에 대해 투기과열지구까지 대출을 막았다.

또한 강남 등 인기지역에 갭투자와 다주택자 등의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추가로 강화하고, 15억원 이상 초고가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종합부동산세율도 1주택자까지 상향 조정했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더 큰 폭의 세율 인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보유자의 세부담 상한을 300%로 확대하는 등 보유세를 한층 강화했다. 또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강한 규제다.

정부는 단기 투자를 막기 위해 1∼2년 미만 주택 보유자의 양도세율도 높였다. 국토부는 17일 발표할 공시가격 제도개선과 로드맵 수립계획에서 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지금보다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앞으로 고가주택 보유자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보유세 폭탄을 끌어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월1일부터 9∼15억원 사이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시세의 70%로, 15∼30억원은 75%로, 30억원 이상은 80% 수준까지 차등화해 높인다.

정부는 종부세를 높이는 대신 조정지역 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에 한해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종부세 강화로 보유세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해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시중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해 매물잠김 현상에 따른 계단식 집값 상승 구조를 막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 조치로 종부세 부담이 큰 은퇴자 등이 주택 매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은 대폭 확대했다. 당초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37개동으로 한정했던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서울 13개 구 전역과 노원·강서 등 5개 구 37개 동, 과천·광명·하남 13개 동 등 수도권으로 대거 범위를 넓혔다. 집값 급등 또는 고분양가 우려지역만 상한제로 묶겠다고 한 ‘핀셋 지정’이 비지정 지역의 집값 상승이라는 ‘풍선효과’로 이어지면서 강행한 추가 지역 지정이다.

정부는 상한제로 주택 가격은 묶어두지만 서울시 정비사업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재건축 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공공성을 갖춘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등의 공급 확대 방안은 병행해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 부족 우려로 신축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안정 등 효과가 없을 경우 내년 상반기에 2차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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