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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처음 받는 상이라 더욱 기뻐요”
최근 몇 년 간 연말 연기 시상식에서는 공동 수상이 고개를 들어, 너도나도 상을 나눠갖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수상의 가치와 깊이는 이전보다 퇴색된 가운데, 쪼개기 수상은 2019년 시상식에서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 외길만 걸어온 배우들의 ‘첫 수상’이라는 타이틀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더욱이 그 주인공이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노고를 기울여온 배우들이라면 감동은 배가돼 훈훈함을 안겼다. 스타들의 대기만성형 성취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한 세밑이었다.
#”데뷔 후 첫 대상”...활짝 핀 공효진X김남길X김동욱,공효진은 데뷔 20년 만에 KBS2 ‘동백꽃 필 무렵’으로 ‘KBS 연기대상’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제게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20년 후에 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공효진의 대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기도 했다. ‘동백꽃 필 무렵’이 최고 시청률 23.8%까지 치솟으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기 때문. 공효진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안정적인 연기가 또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이었다. 1999년 데뷔해 필모그래피를 꽉 채우며 전진해온 공효진의 발걸음이 더욱 빛난 순간이었다.
김남길도 SBS ‘열혈사제’로 ‘SBS 연기대상’ 대상 트로피 주인공이 됐다.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17년 만에 안게 된 영예였다. 김남길은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모든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그게 쉽지 않다”며 “용기가 많이 필요했는데 용기를 준 ‘열혈사제’ 모든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린다”라고 밝혔다. 김남길도 ‘열혈사제’ 타이틀롤로 최고 시청률이 22%까지 치솟게 견인해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혀왔다. 김남길의 호연에 많은 팬들이 대상 수상을 염원해오기도 했는데, 이것이 실제 이루어져 더욱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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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2년 만에 첫 대상을 수상한 김동욱도 있다. 더욱 의미있는 건 김동욱은 생애 처음으로 ‘MBC 연기대상’시상식에 초대받았던 것으로, 첫 참석에서 최우수상에 이어 대상까지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10kg까지 증량하며 캐릭터와 한 몸이 되기 위해 힘을 쏟았던 김동욱. 악덕 사업주에게 사이다 응징을 하는 통쾌한 열연을 인정받아 이 같은 결과를 안았다. 김동욱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오면서 MBC ‘커피프린스 1호점’, OCN ‘손 the guest’, 영화 ‘국가대표’, ‘신과함께-인과 연’ 등 흥행작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그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더욱 큰 빛을 보게 됐다.
#손담비X음문석, 고진감래 중고신인손담비는 KBS2 ‘동백꽃 필 무렵’으로 첫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9년 SBS ‘드림’이 배우 데뷔작이었으니 10년 만에 수상한 신인상이었다. 손담비는 솔로 가수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연기에 도전했을 때 신인의 자세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그 열정이 ‘동백꽃 필 무렵’에서 빛을 발해 인생 캐릭터 향미를 빚을 수 있었다. 손담비는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지 5년은 넘었는데 이제 신인상을 받았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무명시절을 극복하고 데뷔 14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한 음문석도 눈에 띄었다. SBS ‘열혈사제’ 속 개성 넘치는 연기로 신인상의 주인공이 된 음문석은 “처음이라 이상하다. 20년 동안 서울에 올라와서 제대로 뭘 해드린 게 없다. 최선을 다해서, 더 겸손하게 연기하겠다”라며 오랜 시간 기다려준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작은 가수였지만 배우에도 도전해 이제는 신스틸러로 자리잡은 그에게 많은 응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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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아X차예련, 의미 깊은 첫 트로피
데뷔 20년 만에 연기 대상 트로피를 처음 안은 배우도 있다. 정시아는 MBC ‘황금정원’에서 오미주 역을 맡아 ‘MBC 연기대상’ 조연상이라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예상치 못한 결과에 눈물을 쏟았던 정시아는 방송 후 SNS에 “떨리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2시간 잤다. 감사드린다”라며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차예련도 KBS2 ‘우아한 모녀’로 ‘KBS 연기대상’에서 데뷔 후 처음 우수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차예련은 “연기를 한 지 17년 정도가 됐다. 시상식에 처음 초대를 받아 처음 받는 상이다”라고 말문을 연 후 “출산하고 공백기가 길어 고민하고 있을 때 저를 선택해주신 제작진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이야기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스타들의 대기만성형 성과에 “적지 않은 스타들이 단시간에 유명해지고 스타가 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좋은 귀감이 되는 수상 결과였다. 연기가 무엇이고 진정한 배우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특히 오랜 시간 힘을 쏟아 얻게 된 수상의 결과는 대중에게도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 DB, KBS·MBC·SBS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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