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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누구의 말이 맞았는가? 법 개정을 주도한 정치권과 정부는 물론 대한체육회도 깊이 반성해야할 게다. 최근 막을 내린 초대 민선 지방체육회장 선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숱한 파열음을 토해내고 있는 것도 모자라 선거 불복 파동,더 나아가 선거 무효 사태도 벌어졌다. 이 모든 일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아니라 누구나가 다 점쳤던 일이라는 게 뼈 아프다. 체육현장 대부분이 “법개정 취지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게 뻔한 선거는 피해야 한다”며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건만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윗선의 고집’이 결국 화를 불렀다. 벌써 경기도 체육회장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무효를 선언했고,인천과 경상남도에서는 선거 무효소송을 불사하겠다는 후보도 나온 상황이다.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해야하는 정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삶의 걸림돌이 되는 일을 조장한다면 그건 더 이상 정치가 아니다.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결론적으로 법 개정 명분에도 맞지 않는 최악의 법으로 판명났다. 정치로부터의 체육을 독립시키겠다는 게 법 개정의 이유이자 명분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예비 정치인들이나 퇴물 정치인들이 지방체육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고, 향후 2년 사이에 열리는 총선거와 지방선거 그리고 대통령선거를 앞둔 각 정당들이 체육을 정치 조직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됐기 때문이다. 정치로부터 체육의 독립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법 개정이 되려 체육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자기모순,이게 바로 지자체장의 체육회장 겸직금지안을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의 부끄러운 민낯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선거내내 체육의 정치화는 부끄러워 삼가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최선의 전략으로 급부상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지자체장과 정치색이 같은 후보들은 하나같이 그 인연을 강조하듯 나란히 사진을 찍은 포스터를 만드는 등 체육회장 선거는 정치선거로 변질됐다. 마타도어도 판을 쳤다. 지자체장과 정치색이 다른 후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든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제 아무리 체육에 대한 전문성을 지녔다고 해도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지차체장과 정치색이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예산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공포의 가설은 이번 선거내내 만병통치약으로 쓰인 선거전략에 다름아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체육의 자율성 확보라는 법개정 취지와는 정반대로 체육의 정치화를 부추긴 말도 안되는 선거였음이 입증된 셈이다. 광역체육회인 17개 시·도체육회장 선거에서 무려 13곳이 현재의 지자체장과 정치색이 같은 후보가 당선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그렇다고 엎질러진 물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더이상 법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 정치선거에 종지부를 찍는 정책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방체육 예산을 지자체장의 정치색깔과 연동시키지 않기 위해선 임의단체인 지방체육회를 하루빨리 법정 법인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렇게 되면 예산을 볼모로 정치선거로 변질되는 지방체육회장 선거를 충분히 차단시킬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대로 체육을 정치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3류 정치의 그릇된 행태에 제동을 거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 피선거권 자격에 정치인 출신에 대한 엄격한 제한 조항을 두는 게 건강한 체육생태계를 꾸리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은 귀담아둘 만하다.

기획(plan)-실행(do)-분석(see)의 과정을 거치는 게 정책의 제대로 된 프로세스다. 사상 첫 민선 지방체육회장 선거는 실패한 정책으로 판가름났다. 잘못된 정책은 정교한 분석과 피드백을 통해 수정 보완되는 게 맞다. 얽히고설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누가 풀어야 할까. 정치인도 관료도 그리고 대한체육회장도 아니다. 현장에 발을 붙이고 있는 체육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게 옳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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