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슨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올시즌 KBO리그에 새롭게 등장할 외국인 투수 들 중 직전 해인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는 단 둘 뿐이다. 40이닝으로 범위를 확장해도 단 4명에 지나지 않는다. 롯데와 계약한 애드리안 샘슨은 지난 시즌 텍사스 소속으로 125.1이닝을 소화했다. KBO리그 신규 외국인 투수 중 최다 이닝이다. 그만큼 기대감이 크다.

샘슨

샘슨이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까닭은 안정된 제구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샘슨의 메이저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 개수(BB/9)는 2.41개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통산 BB/9이 3이하인 외국인 투수는 샘슨 외에 애런 브룩스가 유일하다(브룩스 2.79). 기존 외국인 투수들로 범위를 확장해도 LG의 케이시 켈리 (2.63), 타일러 윌슨 (2.42), 키움 에릭 요키시 (2.51) 정도다. 샘슨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82개까지 줄어든다. KBO리그 용병 투수들 중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통틀어 샘슨보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이 좋은 투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구력 하나 만큼은 샘슨이 최상위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샘슨은 속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구사율의 합이 95%를 넘는 전형적인 스리피치 투수이다. 샘슨의 속구는 140㎞ 후반대에 형성된다. 아예 싱커로 분류될 정도로 회전수가 적고 움직임이 심하다. 체인지업은 138㎞ 정도의 구속으로 속구와 구속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슬라이더는 샘슨의 주무기로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한다. 샘슨이 가진 구종 중 삼진율이 가장 높은 것도 슬라이더로, 샘슨은 자신이 잡은 삼진 중 54%에 달하는 삼진을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싱커성 속구 34%, 체인지업 11%, 커브 1%) 120㎞ 후반대에 형성되는 커브는 거의 구사하지 않는 편이다. 구사하더라도 손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샘슨

하지만 상당히 많았던 피홈런은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샘슨은 기본적으로 플라이볼 투수라기 보다 땅볼 비율이 40%를 넘는 땅볼 유도형 투수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슨이 2019시즌 피홈런은 29개로 상당히 많았는데, 9이닝 당 홈런 허용이 2.09에 육박한다. 쉽게 말해 한 경기에 두 개 이상의 홈런을 허용했다는 얘기다. 2019시즌 샘슨이 허용한 116개의 플라이볼 중 26개가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무려 22%의 비율이다. 샘슨의 등판에서 공이 일단 뜨면 팬들은 홈런을 걱정해야 했다.

샘슨

(샘슨의 2019시즌 플라이볼 스프레이차트. 뜬 공의 상당수가 담장 밖으로 넘어갔음을 알 수 있다.)

KBO리그에서는 어떨까. 리그의 환경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는 역사상 최고로 홈런이 많이 터진 시즌이었다. KBO리그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조정된 것도 샘슨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수준급 제구력을 지닌 27세의 젊은 풀타임 메이저리거 샘슨은 올시즌 롯데의 1선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자격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커리어의 80%가 선발 등판일 정도로 선발 경험도 풍부하다. 샘슨이 한국 무대 적응만 무사히 잘 마친다면 올시즌 롯데의 새로운 변화는 훨씬 수월해질 수 있을 전망이다.

iaspire@sportsseoul.com / 자료 |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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