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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한국 피겨의 ‘희망’으로 떠오른 유영(16·수리고 입학예정)을 은반 위로 이끈 건 그의 엄마였다. 싱가폴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이숙희 씨는 여섯살 된 막내딸 유영의 손을 이끌고 실내 아이스링크로 향했다. 더운 나라여서 딸이 시원한 곳에서 운동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이 씨가 당시 세계정상에 서 있던 김연아의 열렬한 팬이었다.
취미 삼아 데리고 간 아이스링크에서 유영은 뛰어난 적응력을 보였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 봉을 잡고 스케이트를 시작했는데 금세 손을 떼고 얼음판을 지치며 놀았다.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딸의 밸런스 유지능력은 눈에 띄었다. 유영이 본격적으로 피겨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유영은 12일 태릉선수촌 아이스링크에서 꿈을 얘기했다. 그는 “(김)연아 언니처럼 금메달을 따는게 어릴때 부터 목표이자 꿈이다”라고 거듭 밝혔다. 유영은 지난 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우상 김연아가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국내선수로는 11년만의 쾌거였다.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이 주효했다. 3바퀴 반을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은 남자선수도 소화하기 힘든 고난도 점프다. 국내 여자 선수중엔 유영이 유일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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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후계자로서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유영의 다음 목표는 트리플 악셀의 완성과 쿼드러플(4바퀴 회전) 도전이다. 모두 부상 위험이 높은 기술이다. 유영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선수 생명과도 맞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목표가 뚜렷하다. 유영은 “고난도 기술을 계속 하다보면 몸이 힘들다. 선수생명이 짧아진다고 해도 시도할 생각이다. 뛰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제 딸의 가장 열렬한 팬이며 후원자가 된 이숙희 씨는 “며칠 전 쿼드러플을 클린하게 했다”라고 귀띔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근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회전력을 키우기 위해 지상훈련에도 매진하고 있다. 유영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충분한 회전을 위해 빠른 스피드가 따라와야 한다. 하네스(와이어 벨트)를 장착해 감을 익히는 훈련도 계속하고 있다. 아이스링크에서 한 번 됐다고 성공한것도 아니다. 몇 년에 걸쳐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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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도우미는 지난해 만난 하마다 미에(60·일본) 코치다. 유영은 하마다 코치의 격려 속에 고난도 기술의 완성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이번 4대륙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영의 경쟁자 일본 에이스 키히라 리카(18)도 미에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유영은 “같이 훈련하며 배우고 있다”라고 방싯했다.
유영의 다음 대회는 오는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이다. 유영은 “4대륙 보다 큰 대회다. 긴장된다. 그러나 클린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시즌 중엔 미에 코치가 있는 일본에서 주로 훈련하지만, 비시즌엔 미국 콜로라도로 이동한다. 유영은 세계선수권을 마친 뒤 콜로라도에서 타미 갬빌 코치와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이번 비시즌엔 쿼드러플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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