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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지난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맞대결은 배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1~2위의 대결이라 미리보는 챔피언결정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경기에서 우리카드는 대한항공에게 져 11연승 도전이 좌절됐고, 선두 독주체제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놓쳤다. 2개월여만에 패배를 맛 본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그제서야 긴장의 끈을 살짝 내려놓았다. 최근 우리카드의 훈련장인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신 감독은 “긴장이 풀렸었나봐요. 감기 기운이 살짝 돌더니 숙소로 복귀하는 버스안에서는 잠깐 잠이 들었어요. 그런적이 없었는데”라면서 싱긋 웃었다. 우리카드는 11연승 좌절 이후 12일 열린 한국전력과의 원정경기에서 풀세트 끝에 승리를 거두며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우리카드(승점 58)는 여전히 2위 대한항공(승점 56)에 승점 2점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 감독은 2018년 4월 우리카드의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그는 당시 취임 일성을 통해 2가지를 강조했다. 첫번째는 선수들과 소통이다. 최근 우리카드의 연승 행진만큼이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커피타임’이다. 우리카드는 홈 경기 전날 감독과 선수들이 모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커피타임을 갖는다. 신 감독은 “커피타임에 배구 이야기는 거의 안한다. 여자친구나 은퇴 후 진로 등 이야깃거리는 다양하다”면서 “선수들이 감독말을 듣기만 해서는 소통이 될 수 없다. 공감대가 형성돼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처음엔 서로 서먹서먹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대하면 선수들도 잘 안다. 이제는 모든 선수들이 나에게 편안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경기대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스포츠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선수들의 심리에 대한 공부를 한 것이 지도자로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신 감독은 선수들과의 ‘밀당’을 즐기는 편이다. 그는 “난 선수들에게 좋은 것을 서슴없이 칭찬하고 표현한다. 선수들이 잘하면 나도 고맙다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감독이 폼만 잡고 권위적인 것은 좋지 않다. 내 자신을 낮추고 다가가려고 한다. 비시즌에는 내가 선수들을 끌고 가지만 시즌에 들어서면 감독은 선수를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사령탑 취임 당시 강조했던 두번째는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였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우리카드는 만년 하위권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지난시즌 팀을 리그 3위로 이끌면서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어렵게 찾아온 봄배구의 기회는 플레이오프 2경기만에 끝났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는 물론 통합 우승을 바라볼 정도로 전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신 감독은 “4라운드 들어서 우리도 한번 우승에 도전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봄 배구는 할 것 같다. 이제부터는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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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이전에 맡았던 LIG손해보험, 한국전력, 대한항공을 모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정규리그 1위(대한항공)와 컵대회(한국전력) 우승도 경험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신 감독에게도 올시즌은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는 “사실 다음시즌 정도에 우승을 바라봤다”고 웃으면서 “선두 경쟁을 하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보다 우리 전력이 조금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앞으로 한달동안 준비를 어떻게 하냐에 달린 것 같다. 단기전에 포커스를 맞춰서 해야할 부분을 준비해야한다. 우린 도전자의 입장이다”라고 힘주어말했다.
신 감독은 포스트시즌 성적을 좌우할 키 플레이어로 외국인 선수 펠리페를 꼽고 있다. 신 감독은 라운드별 팀 기록을 모아둔 데이터를 펼쳐보이면서 “우리팀의 약점이 여기에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에서 우리카드는 공격과 수비 대부분의 영역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딱 한 곳이 최하위권이었다. 바로 오픈 공격 성공률이다. 신 감독은 “우리가 하이볼(오픈 공격) 처리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건 펠리페가 해줘야하는 부분이다. 해결사가 좋은 볼만 잘 때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팀의 주포로서 펠리페가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걱정거리다. 신 감독은 “우리 팀에서 봄배구가 익숙치 않은 선수들이 있다. 펠리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른 팀을 맡았을때 정규리그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포스트시즌에 당황한 외국인 선수들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지금부터 펠리페에게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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