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삼성 김상수는 올시즌 5번 타순에 주로 기용될 전망이다. 제공 | 삼성라이온즈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삼성 허삼영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새로운 야구’를 화두로 꺼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도 이 기조는 변함없어 보였다. 그러던 중 2루수 김상수를 5번타순에 포진시키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허 감독의 ‘새로운 야구’가 베일을 벗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따라 붙었다.

김상수의 5번 기용 카드는 현재 진행형이다. 폐기할 수도 있지만,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상수를 타선의 ‘듀얼 엔진’의 폭발력을 더할 윤활유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5번타순의 재해석으로 타선의 원-투펀치로 불리는 3, 4번 타자가 베스트 9에 두 군데 포진한다는 의미다. 허 감독은 11일 “여러 구상을 하고 있는데, 팀 구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확정은 아닌데 고민하던 중에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전통적 개념에 입각한 타선의 기본은 ‘나가고-보내고-불러들인다’이다. 리드오프의 출루율, 2번타자의 작전능력, 3, 4번타자의 클러치 능력이 강조되는 이유다. 지명타자를 기반으로 한 메이저리그(ML) 아메리칸리그나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처럼 강한 공격 야구를 전개할 때에는 5번타자까지 클린업트리오로 포함해 소위 ‘강-강-강’ 전술로 상대 배터리를 녹아웃시키는 게 일반적인 타선 개념이다. NC가 한때 ‘나-이-테-박’으로 견고한 중심타선을 구축한 게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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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가 주장 김상수에게 꽃다발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러나 전형적인 거포가 부족하고, 평균값 산정이 어려운 경우라면 다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빠른 발을 중간중간 끼워넣어 단타로도 대량득점을 만들어낼 자구책이 필요하다. 두산이 한때 8번부터 3번까지 발빠른 선수로 배치하는 육상부 전술로 넓은 잠실구장 이점을 십분 활용한 게 좋은 예다. 김상수의 5번 기용은 후자에 근거한 전술인 셈이다.

삼성에서 중장거리 타자로 꼽을 수 있는 주축 자원은 구자욱 강민호 이원석 정도다. 절치부심한 김동엽과 새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도 굳이 유형을 나누자면 중장거리 쪽이다. 발빠른 박해민과 김상수를 뛰는 야구의 중심에 놓고 이들을 받칠 클러치 히터들을 듀얼 엔진으로 얹으면 득점력을 배가할 수 있다는 게 허 감독의 현재 구상이다. 3, 4번뿐만 아니라 7, 8번에도 클러치 히터를 배치하면 타선의 유기적 연결도 원활해진다. 빠른 주자가 누상에 있으면 배터리 입장에서는 조급할 수밖에 없어 단순한 볼배합을 할 확률이 높다. 박해민과 김상수 모두 도루왕 출신이라 충분히 배터리를 압박할 수 있다. 단순한 볼배합은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으니, 허 감독의 구상대로 타순 연결이 이뤄지면 현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김상수의 5번 배치를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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