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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스포츠계가 사실상 올스톱됐다.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강타했던 코로나 사태는 3월 들어 유럽과 북미까지 급속도로 퍼지면서 스포츠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주 이탈리아 세리에A를 시작으로 유럽 축구 5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이 연이어 리그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이 클럽 대항전(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일정을 멈춰세웠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유타 재즈의 루디 고베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리그가 전격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ML) 역시 지난 13일 코로나 확산 방지와 감염 예방을 위해 오는 27일로 예정됐던 개막전을 최소 2주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지양하고 있다. 그로 인해 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올림픽 예선을 포함한 전 세계 스포츠 경기가 대부분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2일 코로나19를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규정하면서 이제는 전 세계의 고민거리가 됐다. 15일 오후 3시 현재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5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도 6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확진자가 확인된 국가만 150개국에 달한다. 각 국의 스포츠계가 전례없는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0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초미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하계올림픽은 스포츠 단일 대회로는 가장 많은 국가와 인원이 참여하는 대형 종합 대회라는 상징성이 있다.
일본 내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고 해도 전 세계적인 상황에 따라 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올림픽 연기론에 다시 불을 짚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 직후 “단순히 내 생각이지만 어쩌면 올림픽을 1년간 연기할 수도 있겠다. 1년 늦게 연다면 무관중으로 치르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미국이 올림픽 개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세계 스포츠계에서 입김이 센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올림픽 연기론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통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가 확대되고 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무사히 개최하고 싶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며칠 전만해도 올림픽 연기 및 취소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내놨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 13일 독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취소 여부에 대해 “WHO 권고에 따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 국민들마저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치러지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에 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890명이 설문조사에 참여를 했고, 대회를 연기해야한다는 의견이 57.1%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회 연기를 주장한 이들은 “모든 선수와 관객이 불안감 없이 대회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연기뿐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서 대회 취소가 20.6%, 예정대로 개최 강행이 17.0%를 차지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준비를 위해 인프라 구축 등에 3조엔(34조4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해 대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클 것으로 우려돼 대회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IOC는 올림픽 개최 여부를 늦어도 대회 개막 2개월전인 5월 중순까지는 결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어떤 결론으로 마무리 될지 전 세계인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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