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최애 캐릭터이자 최애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아요.”
JTBC ‘이태원 클라쓰’ 속 안보현(33)은 ‘장근원’ 그 자체였다. 웹툰과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싱크로율과 악역인데도 짠내 나는 모습으로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안보현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특히 전작 tvN ‘그녀의 사생활’에서 박민영을 짝사랑하는 남사친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연기변신으로 ‘같은 사람이 맞냐’는 반응을 낳기도 했다. “‘얘가 걔야?’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만큼 다른 캐릭터의 옷을 잘 소화했다는 말이지 않나. 배우로서 뿌듯하다.”
대본을 받기 전 웹툰 원작을 봤을 때부터 장근원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다는 안보현은 “간절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태원 클라쓰’ 속 안보현의 악역 연기는 빛이 났다. 약자 앞에서의 비열한 눈빛부터 아버지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겁먹은 표정까지. 광기와 유약함을 오가는 안보현의 연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분노를 넘어 연민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러한 장면을 탄생시킨데는 매력적인 빌런을 만들기 위한 안보현의 숨은 노력들이 있었다. 그는 “제일 먼저 ‘멋짐’을 내려놨다. 웹툰과 최대한 싱크로율을 맞추고 싶어서 머리를 탈색하고 올백을 했다. 감독님께서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제가 못나 보이더라도 이렇게 하니 장근원이 더 못 돼 보이더라”라며 “왁스를 잔뜩 발라야해서 머리를 세팅하는데만 50분이 걸렸고, 감을 때도 30분이 걸렸다”며 남다른 고충도 털어놨다.
또 “몸집이 있는데 박새로이에게 당하면 더 지질해 보일 거 같아 식단조절을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며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며 “운동을 오래해서 제 체질을 잘 안다. 식단 조절을 안하면 금방 찌는 체질이다. 92kg까지 쪄봤다”고 덧붙였다.
안보현은 희대의 악당 조커의 모습을 장근원에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조커의 웃음소리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실성한 듯 공기로 뱉는 웃음들과 눈빛으로 악한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마침 의상도 보라색을 입게 돼서 실제로 댓글에 조커같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제 연기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극중 부자(父子) 호흡을 맞춘 유재명과 극에선 라이벌이었지만 실제론 동갑내기 친구인 박서준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유재명의 아들로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안보현은 “현장에서 자문도 많이 구하고 보고 배운게 많았다. 장근원이 소리를 지르고 악쓰는 장면이 많은데 오바스럽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럴 때 선배님께서 더 실성한 듯 마음껏 해도 된다며 좋다고 해주셔서 용기가 됐다”고 감사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박서준에 대해선 “단밤 식구들 중에선 서준이랑 유일하게 동갑이었다. 친구지만 배우로서 배울 게 참 많은 친구다. 함께 붙는 신에서 ‘네가 하는게 맞는 거니까 나 배려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해줬는데 그 말 한마디가 크게 와닿았다”고 회상했다.
|
연기력뿐만 아니라 187cm의 큰 키와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과거 그의 출연작까지 역주행시킬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안보현이 과거 복싱 경기에 출전한 모습이 재소환되며 높은 영상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보현은 “희귀 난치병 아이들을 돕는 자선격투기 경기에 출전했다. 입장료와 상금을 기부하는데 비록 복싱을 그만둔지 오래된 상태였지만 내가 언제 또 이런 일을 해볼 수 있을까 해서 출전했다”며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했는데 남자인가 보다. 막상 오르니 지긴 싫고 몸이 불타오르더라. 결국 이겼다”라며 웃었다.
안보현은 중고등학생 시절을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활약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지역 대표선수로 금메달을 딸만큼 실력이 뛰어났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해 부모님의 걱정이 계속되자 운동을 그만두고 2007년부터 모델의 길을 걸었다. “체육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성인이 된 후 부모님께서 전혀 다른 길을 가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모델을 시작했고, 대학교에 가서 (김)우빈이를 만났다”며 “다행히 적성에 잘 맞았다. 이렇게 재미있고 신기한 세상이 있구나 싶더라. 모델을 하다가 학교에도 차승원, 조인성, 이민기 선배님들처럼 연기자로 전향해 성공하신 선배들이 많아 그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어 연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안보현은 2014년 KBS2 ‘골든크로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MBC ‘최고의 연인’, KBS2 ‘태양의 후예’, MBC ‘별별 며느리’, MBC ‘숨바꼭질’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같은 대학 친구인 김우빈을 비롯해 후배 장기용, 남주혁 등을 보며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했지만 조급함과 불안감도 있었을 터.
안보현은 “금전적으로 부딪힐 때는 내가 다른 일을 선택했으면 금전적으로 집에 도움을 드릴 수도 있고, 더 평탄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내가 하고 싶은걸 하겠다고 모두를 힘들게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고 감사하게도 데뷔하고 나서 공백기가 거의 없었다. 3개월 이상 쉬어본 적 없이 작은 역할부터 틈틈이 쌓아온 거 같다”며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끝으로 안보현은 “장르물을 아직 해본 적이 없다. 지난 인터뷰 때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뤘다. 몸 쓰는 것도 좋아하고 액션신도 해보고 싶어서 제대로된 장르물에 도전하고 싶다”며 “또 항상 짝사랑만 했다. 사랑받는 캐릭터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며 미소 지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JTBC 제공
영상ㅣ조윤형기자yoonz@sportsseoul.com
기사추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