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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의 투수왕국 변신 프로젝트는 지난해보다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들이 여럿 보이는데 고졸(광주일고) 신인 정해영이 특히 인상적이다.
정해영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치른 스프링캠프를 완주했다. 고졸 신인 투수가 50일간 이어진 1군 캠프를 완주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타고난 하드웨어에 기술을 더해 패스트볼 구속도 140㎞대로 끌어 올렸다. 힘 쓰는 방법을 조금 더 다듬으면 구속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정해영의 가능성은 자신의 키(189㎝)보다 10㎝가량 긴 익스텐션(투구판에서부터 공을 던지는 순간까지 거리)에서 도드라 진다. 익스텐션이 길다고 무조건 좋은 공을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하체를 끌고 나오는 거리가 길면 포수와 거리가 좁혀진다. 타자 입장에서는 체감 속도가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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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보’로 불린 선동열 전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가장 좋은 예다. 선 전감독은 타고난 유연성으로 공을 던진 이후에도 왼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상체 무게를 지탱할 기반이 탄탄했다는 의미로 빠른 팔스피드를 낼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상체 무게를 받치는 힘이 크면 관성모멘트를 극대화할 수 있어 볼을 더 포수쪽으로 길게 끌고 나올 수 있다. 선 전감독을 상대한 타자들이 “눈 앞에서 공을 놓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고 입을 모은 이유다. 같은 150㎞짜리 공이어도 날아오는 거리가 짧으면 반응하기 어렵다. 익스텐션이 투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대투수’ 양현종과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고는 정해영이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긴 익스텐션 값을 기록했다. KIA가 새로 도입한 플라이트 스코프로 측정한 결과 정해영은 1.984m였다. 신장 1.89m보다 0.1m 더 앞에서 공을 던졌다는 의미다. 상체가 빨리 덮히는 경향이 있어 서재응 투수코치와 하체를 활용한 투구에 집중했는데, 생각보다 하체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다. 볼을 끌고 나오는 거리가 긴 만큼, 릴리스 순간 볼 스핀을 최대화하는 방법만 익히면 충분히 경쟁력있는 투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냈다. 참고로 양현종은 평균 익스텐션 값이 2m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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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끈 대목은 익스텐션 상위 3명이 모두 젊은 투수였다는 점이다. 마무리 문경찬(186㎝)이 1.921m, 선발 연착륙에 도전 중인 차명진(188㎝)이 1.92m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문경찬은 볼 회전수도 키움 마무리 조상우에 필적할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왜 마무리 투수로 성공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공이 날아드는 거리가 짧은데 회전까지 많이 걸리면, 타자 입장에서는 가라앉지 않는 공처럼 느껴진다.
ML 뉴욕 메츠에서 ‘컨트롤 아티스트’로 명성을 떨친 서재응 투수코치는 지난해 가을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해 투수들과 호흡했다. 선수 성향과 장단점 파악을 통해 맞춤형 코칭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하체를 활용한 투구폼과 밸런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 코치의 조련법이 아기호랑이들을 얼마나 무섭게 만들지 관심이 모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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