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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다시 수석부회장으로 지명돼도 맡지 않겠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서 28년 장기집권한 강춘자 부회장 시대는 과연 저물 것인가. 우선 본인이 지난해 정기 총회에서 “그만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다. 1992년 협회 전무이사로 행정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28년째 사실상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프로 스포츠단체에서 협회 행정을 사실상 총괄하는 역할을 이렇게 장시간 할 수 있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KLPGA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더 케이호텔에서 2020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KLPGA 김상열 회장은 강 부회장을 포함해 구민지 김순미 김순희 손혜경 이영귀 이영미 등 임원 7명을 새로 뽑았다. 김 회장은 새 임원 중에서 수석부회장과 부회장, 전무 등 주요 보직 인사를 임명할 예정이다.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거수 방식으로 협회 집행임원인 수석부회장과 부회장, 전무이사를 대의원 투표방식에서 회장 임명 방식으로 변경했다. 각 지위는 4년 단임제로 연임규정을 폐지해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직위를 돌아가며 맡으면 12년 장기집권이 가능하다. 회장 임명 방식이니 KLPGA 활성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 회원(선수 포함)이 아닌 회장 1인에게만 잘 보이면 호가호위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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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이지 않은 집행 임원 선출 방식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회장의 권력을 견제하는 곳이 이사회인데 주요 임원을 회장이 임명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KLPGA측은 당시 “문체부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관을 개정했고 승인을 받아냈다”면서도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강 부회장은 2008년부터 4년간 부회장직을 수행한 뒤 2012년부터 4년간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2008년 이사회에서 ‘임원은 중임 또는 연임으로 8년이상 할 수 없다’는 임원 연임 및 중임 조항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어쩐 일인지 강부회장은 아직까지 협회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권력 배분은 있을 수 있지만 강 부회장은 대내외 주요 행사에서 사실상 회장 수준의 의전을 받고 있다. 매년 정기총회를 할 때마다 강 부회장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본인이 지난해 정관개정을 강행하는 자리에서 “회장이 지명해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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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사실상 1인 천하로 협회를 이끌어왔기 때문에 강 부회장이 협회 운영에 손을 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집행 임원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본인이 약속했고, 김 회장도 “능력있는 인재를 고루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사회 주요 인사인 집행임원 선정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변명과 꼼수는 스포츠에서는 터부시하는 행위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KLPGA 위상을 고려하면 임기 마지막해인 김 회장의 선택에 골프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이 달려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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