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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의 정관 개정에 대해 말들이 많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0일 열린 2020년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회장 선출과 관련된 정관 제 24조를 개정했다. 회장 선거 출마 시 입후보자는 90일 전 ‘사직’해야 한다는 규정을 ‘직무 정지’로 바꾸면서 이 회장은 IOC 위원 유지를 위한 연임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에 대해 체육시민연대 등 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연임을 위한 불순한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관 제 24조는 냉정하게 접근해야할 조항이다.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상식을 벗어난 시대착오적인 독소조항이기 때문이다. 2016년 통합체육회 정관이 발표됐을 때,필자 역시 “현직 국회의원·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 다음 선거에 출마 때에도 90일 전에 사직하느냐”면서 이 조항의 문제점을 비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정관 개정이 왜 이토록 비난받아야할 일인지는 대한체육회와 이 회장이 감내해야할 업보일 듯 싶다. 체육철학이 빈약하고 늘 개인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쪽으로 체육행정을 끌고 간 과거의 이력이 이러한 평가를 끌어낸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내용적인 측면을 놓고 볼 때는 상식에 따라 고치는 게 맞지만 이 회장의 문제 제기를 누구나가 ‘꼼수’로 낙인 찍는 게 지금 체육계의 대체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정관 제 24조 개정에서 문제 삼을 수 있는 건 단 하나,시기다. 왜 지금까지는 침묵하고 있다가 선거가 임박하고서야 이 문제를 제기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당시 이 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시대착오적인 정관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문제 제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아야 할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필생의 꿈인 IOC 위원이 되기 위해 정부와 대립하지 않고 밀월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정관의 내용을 놓고 보면 개정이 당연하지만 정관 개정의 시기는 다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부적절했다고 정리하는 게 타당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점은 없을까. 체육회장 선거와 관련해 늘 꼼수를 피우던 체육회의 과거 행적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또 다른 장난을 치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지점이 생겼다. 최근 이사회 서면 결의를 통해 통과된 수상한 안건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체육회는 기존의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대한체육회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로 확대·구성하는 안건을 스리슬쩍 통과시켰다.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이기흥 회장이 자연스럽게 위원장으로 낙점된 기념사업위원회는 5월부터 12월까지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254명의 매머드 위원회를 구성해 사업확대와 홍보 강화를 시도하겠다고 했다. 특히 위원회를 현직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게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도체육회장과 회원종목단체장을 위원회에 모두 포함시키기로 한 결정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차기 체육회장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시·도체육회장과 종목단체장을 위원회에 모두 참여시킨다면 그야말로 선거의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분석이다. 체육회장 직무정지를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부족함이 없는 묘수(?)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과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IOC 위원의 역할은 더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유지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IOC 위원이라면 적어도 그 자리에 맞는 품격이 있어야 하며 자신의 이익보다는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 회장은 과연 IOC 위원의 품격을 지녔는가.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이 회장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게다. 판단의 중심에 한국 체육이 있었는지 아니면 개인의 이익이 있었는지 가려내는 게 해답의 핵심 포인트다. 권위는 결코 힘이 있다고 생기지 않는다. 힘을 감당해낼 수 있는 품격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권위가 생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권위는 의심 앞에서 결코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한체육회나 이 회장이 뼛속 깊이 느꼈으면 좋겠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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