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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대투수’ 양현종(32·KIA)이 커브 완성도 향상에 열중하고 있다. 완성형 커브까지 갖추면 타이거즈 역대 최다승 경신도 못넘을 산이 아니다.
이변이 없다면 올시즌 KIA의 개막전 선발은 양현종이다. 지난해까지 통산 136승(85패 평균자책점 3.75)을 따내 타이거즈 최다승 3위에 올라있다. 올해 11승을 보태면 ‘국보’ 선동열(146승)의 기록을 뛰어 넘을 수 있다. KT 이강철 감독이 통산 152승을 따냈는데, 타이거즈 소속으로는 151승을 따내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6년간 평균 15승씩 총 90승을 수확했다. 올해도 평균치 활약을 한다면 선동열을 넘어 이강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올시즌 후 메이저리그(ML)를 포함한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어 타이거즈 최다승 경신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양현종은 올해 스프링캠프와 자체 홍백전 등 네 차례 마운드에 올라 14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볼넷 3개를 내주는 동안 삼진 18개를 솎아내 이닝당출루허용율(WHIP) 0.79를 찍었다. 변함없는 구위를 뽐냈는데 눈에 띄는 변화는 커브 비중 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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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초기 슬라이더, 이후 체인지업 투수로 명성을 떨친 양현종은 좀처럼 커브를 던지지 않았다. 완성도가 미흡하기도 해 던지기를 주저했다. 커브가 떨어지는 각이 밋밋하게 들어오면 장타를 허용한다. 살얼음판 승부가 많았던 팀 현실을 고려하면 선발진을 이끌어야 하는 양현종 입장에서 커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커브를 던질 수는 있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지난해까지는 한 경기 평균 7% 미만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커브 비중을 높였다. 양현종은 마지막 자체 평가전 등판을 마친 뒤 “커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했다.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현종이 가다듬고 있는 커브는 파워커브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종전에 던지던 커브는 110㎞대 초중반에 완만한 포물선을 그렸는데, 최근 포착된 커브는 크게 떨어지면서도 구속이 빨라 보였다. 양현종도 “아직은 각이 조금 밋밋하지만 더 강하게 던지려고 노력 중이다. 시즌에 돌입하면 커브 비중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재자격을 취득한 뒤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구종 다변화는 해외에서도 에이스급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일종의 마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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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는 메이저리그(ML)에서 평가하는 최고의 변화구로 꼽힌다. 던지기도 까다롭지만 제대로 활용하면 손쉽게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는 극강의 무기다. 무빙 패스트볼을 포함한 빠른 공과, 체인지업으로 대표되는 오프스피드 피치와는 전혀 다른 궤적을 갖고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도 지난해 ML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오른 비결로 커브를 꼽았다. 크고 느리게 떨어지는 일반 커브에 회전을 많이 걸어 짧고 빠르게 떨어지는 두 가지 유형의 커브를 가미해 ML 타자를 농락했다. 올해 ML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김광현도 해외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커브 완성도 향상에 열을 올렸다. 체인지업 계열 완성도가 떨어지는 김광현 입장에서는 포심-슬라이더 투피치인 단점을 빠르게 상쇄할 최대 무기로 커브를 선택했다.
포심 패스트볼을 기준으로 투심과 체인지업(몸쪽), 커터와 슬라이더(바깥쪽, 이상 우타자 기준)가 비슷한 궤적을 갖고 있다. 이들 구종으로 좌우를 흔들 수는 있지만 위아래와 앞뒤 타이밍까지 완벽히 빼앗기는 어렵다. 둥실 떠올랐다 스르르 가라앉으면서도 포심보다 시속 30㎞이상 느리게 날아드는 커브는 타자들의 타격 밸런스를 흐트러놓기 안성맞춤이다. 느리고 각이 큰 변화구 하나를 갖고 있으면 패스트볼 한 가지로도 서너가지 구종을 던지는 듯한 착각을 줄 수 있다.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공격적인 ML 타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커브 완성도를 높이려는 양현종의 노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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