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전남 드래곤즈 주장 김주원이 지난 1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헤딩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끈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솔직히 100경기 출전 얘기 나올 때 숨기고 싶었다.”

19일 스포츠서울과 전화로 만난 전남 드래곤즈 ‘캡틴’ 김주원(29)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포항제철중~포철공고 등 포항 스틸러스 유스 출신인 그는 애초 ‘김준수’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3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 초기 김원일, 김광석이 붙박이로 뛰던 포항 중앙 수비진의 백업 요원으로 뛰며 기대주로 꼽혔다. 하지만 잦은 발목 부상이 겹치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2017년 전남으로 적을 옮긴 뒤 이듬해부터 아산 무궁화에서 군 복무했고 지난해 전역했다. 그리고 김주원으로 개명했다. 다시 태어난다는 기분으로 새 이름을 받은 그는 전남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하반기 12경기를 뛰면서 수비진의 핵심 요원으로 거듭났다.

키 185㎝, 몸무게 83㎏ 다부진 체격을 지닌 그는 일대일 방어에 능하고 수더분한 성격으로 동료와 소통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올해 정식 수장이 된 전경준 감독은 그에게 주장 완장을 줬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주장을 맡은 그는 호도우프, 최효진 등 공수에 걸쳐 초반 부상자가 많아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을 다잡았다. 그리고 개막 이후 K리그2(2부)에서 유일하게 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수비진을 이끌었고 지난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 개막전에서는 헤딩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1-0 신승을 이끌었다. 후반 13분 임창균의 프리킥 때 번개같이 문전으로 달려들어 머리로 받아넣었다. 이 경기는 김주원의 K리그 통산 100번째 경기였다. 의미있는 경기에서 그는 지난 2015년 11월22일 포항 시절 수원 삼성전 이후 5년여 만에 골 맛을 보며 팀에 귀중한 승점 3을 안겼다. 그는 “제주전을 이기지 못하면 초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겠다고 여겼는데 팀 승리에 이바지해서 너무나 기쁘더라. (임창균의) 킥이 좋았기 때문에 운 좋게 골을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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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주장 김주원이 지난 1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후반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주원은 “100경기 출전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솔직히 부끄러웠다. 데뷔한지 꽤 됐는데 이제서야 100경기를 채웠지 않느냐”며 “포항 시절 함께한 (김)승대나 (손)준호 등 친구들은 어느덧 각 팀 대들보가 됐다. 어릴 때부터 함께 축구하면서 비슷하게 경쟁해왔는데 혼자 밀려난 것 같아서 자존심도 상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전경준 감독을 비롯해서 동료가 올해 나를 믿어주고 큰 역할을 맡겨주면서 자존감을 되찾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의 전술 지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감독께서는 정말 ‘지니어스(Genius)’다. 똑똑한 지도자라는 것을 느낀다. 매주 코치진과 상대 전술에 맞춰 최적의 전략을 꾀하는데 실제 수비 조직이나 공격으로 나아갈 때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두는 것까지 디테일하게 선수단에게 전달한다. 실제 그라운드에서 이행될 때마다 놀란다”고 치켜세웠다.

프로 커리어 첫 주장 생활은 어떠할까. 김주원은 “지갑을 많이 열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무조건 밥을 많이 산다. 특히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많이 챙기려고 한다”며 “나도 그런 생활을 많이 해봤기에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주 2~3회씩 서로 다른 멤버들을 꾸려서 식사하고 있다. 우리 팀 추정호가 ‘형 밥값으로 매달 200만원 넘게 쓰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지난 경기에서 정호가 열심히 뛰어주더라. 어린 선수들이 운동장 안팎에서 자기 역할을 잘 해줘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밖에 최효진, 이지남 등 베테랑 선수로부터 자주 조언을 구한다는 그는 “형들이 어린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장난도 걸고 분위기를 이끌어준다. 나 역시 운동장에서 가치를 먼저 증명하고 주장으로 솔선수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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