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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그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가슴이 더 아픕니다.”
KBO리그 모든 경기에서는 끝난 뒤 이긴 팀만 인터뷰를 한다. 프로라면 결과에 승복하는 게 순리라지만, 그래도 쓰린 속을 달랠 길 없는 쪽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패장의 변을 묻진 않는다. 대신 사전 인터뷰는 직전 경기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연패에 빠진 감독에게는 이마저도 고역스러운 자리다.
20일 키움과의 일전을 앞둔 고척스카이돔, 원정팀 감독 인터뷰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나타난 SK 염경엽 감독은 누가 봐도 수척한 상태였다. 전날 경기에서의 패배로 연패 앞에 붙는 숫자가 어느덧 두 자릿수가 됐다. 만약 이날 경기까지 패한다면 팀 역대 최다패 타이기록을 쓰는 상황이었다. 여느 때보다 많이 모인 취재진도 무거운 분위기를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선뜻 질문이 나오지 않자 염 감독은 “오늘의 라인업을 불러드리겠다”며 애써 말문을 열었다.
같은 시간 그라운드에서는 SK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분위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밝았다. 당연하지 않은 일을 당연하게 만드는 선수단이 사령탑은 더 애처롭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의식적으로 분위기를 살리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그 모습이 보여서 가슴이 아프다.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맞아 떨어지질 않는다”며 말을 잇기 힘겨워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건 고작 3분여 뿐이었다. “어제 할 얘길 다 한 것 같다”며 나갈 채비를 시작한 염 감독은 “지금 감독이 어떤 말을 해도 핑계밖에 안 된다. 특별한 얘길 하기보다는 한 경기씩 잘해나가겠다”고 갈음하며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돌렸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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