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슬라이딩 하던 양의지와 부딪힌 오재원
NC 양의지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NC의 경기 9회초 1사 2루타를 친 뒤 베이스로 슬라이딩을 하다 태그를 시도하던 두산 2루수 오재원과 부딪히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상대성을 빨리 인지하는 게 포수의 가장 큰 능력이다.”

포수 출신인 두산 김태형 감독은 종종 소속팀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시즌 초반 마운드 불안으로 전전긍긍 중인데, 포수의 원숙미가 때론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김 감독은 “같은 타자를 각기 다른 왼손 투수가 상대한다면, 같은 슬라이더여도 상대성이라는 게 있어 볼배합을 다르게 해야 한다. 같은 투수여도 주자 상황이나 타자의 노림수 등에 따라 변화를 주기도 한다. 이런 상대성을 빨리 인지하고 실전에 응용하는 포수가 좋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꿈에 그리던 ‘우승포수’ 타이틀을 자신의 힘으로 거머쥔 박세혁(30)이지만, 원숙미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김 감독은 “(박)세혁이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지만 종종 세밀함이 떨어질 때가 있다”면서도 “성장 과정으로 봐야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가 있겠는가”라며 주전 포수를 끌어 안았다.

[포토]두산 정상호, 병살은 어렵겠어...
두산 포수 정상호(오른쪽)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NC의 경기 8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NC 권희동의 높이 뜬 번트 타구를 바운드 한 뒤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전에 크리스 플렉센과 호흡을 맞춘 두산 정상호(38)는 이런 면에서 생존 능력을 발휘했다. 7연승 고공비행으로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NC 타선을 상대로 플렉센이 가진 구종을 두루 활용해 매 타석 다른 구종을 결정구로 요구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위기가 왔을 때 한 박자 쉬어가는 완급 조절로 박빙 승부를 이끌어냈다.

베테랑 정상호가 놓친 상대가 양의지(33)였다. 1-0으로 앞선 4회초 초구에 컷 패스트볼을 선택했다가 동점 홈런을 허용했고, 1-1로 맞선 9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만나 좌익선상 2루타를 내줬다. 양의지의 노림수를 정상호가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김 감독도 “(양)의지는 상대성을 인지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단연 최고”라고 인정했다.

[포토]NC 양의지, 두산전 동점 솔로포로 시즌 1호 홈런
NC 양의지(오른쪽)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NC의 경기 4회초 1사 두산 선발 플렉센을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친 뒤 신종길 코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적장이 극찬하는데 소속팀 감독은 오죽할까. NC 이동욱 감독은 “투수들이 1점 차 승부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양의지라는 포수의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구창모를 비롯한 젊은 투수들이 경기 운영을 단순하게 한다. 투수를 단순화 시키는 것도 포수의 능력인데, (양)의지는 이 부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구종이나 코스를 선택할 때 ‘이 형이 내는 사인이면 믿고 던질 수 있다’는 확신만 심어줘도 복잡한 셈법이 필요없다. 양의지는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양의지의 경험과 노하우가 NC 영건을 만나 꽃을 피우게 된 셈이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켜야하는 두산과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장을 내민 NC는 결국 ‘안방전쟁’의 승자가 왕좌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양의지를 넘어야 하고, NC는 정상호, 박세혁의 시너지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가진 패가 하나뿐인 NC는 양의지의 컨디션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우측 허벅지 경련증세를 보여 벤치로 물러났던 양의지는 21일에도 출전을 강행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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