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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현과 허재혁(오른쪽)이 ARC 001에서 펀치를 교환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지난달 23일 잠실 롯데월드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열린 ARC 001 대회의 메인 이벤트에서 배동현(35·팀피니쉬)이 ‘싱어송 파이터’ 허재혁(35·로드짐 로데오)을 꺾었다. 허재혁과 3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파운딩에 의한 TKO로 승리를 쟁취했다.

배동현은 축구 선수 출신의 파이터다. 초등학생 때 축구를 시작, 내셔널리그까지 15년 넘게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던 그가 격투기에 빠져 지금은 직장을 다니며 두 아이의 아빠로 육아를 하고, 격투기 선수로 활동까지 하고 있다. 축구 선수 은퇴 후 결혼하며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다 레슬링을 수련한 것이 격투기 수련까지 이어졌다.

“친한 친구가 어렸을 때 운동을 했는데, 친구 아버지께서 저희 아버지께 권유를 하셔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2011년까지 축구를 했다. 결혼 후 레슬링을 하게 됐는데, 그러다가 박준오 감독님을 만나며 격투기를 하게 됐다” 배동현의 말이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배동현이 대전에 있는 팀피니쉬에서 훈련하기 위해서는 왕복 100km 정도를 이동해야 한다.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배동현은 격투기를 좋아해 즐기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배동현은 “격투기 수련이 너무 재밌는데, 아내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회사에서도 동료들이 내가 휴가 쓰는 걸 배려해주고 있다. 격투기가 너무 좋다. 기차를 타고 훈련하러 갈 때도 있고 격투기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타 단체에서 데뷔전을 치렀던 배동현은 ARC 첫 대회의 메인 이벤트로 ROAD FC 데뷔전을 치렀다. 헤비급 선수들의 강력한 펀치 대결이 기대되는 경기로, 1라운드 안에 경기가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경기는 3라운드까지 이어졌다. 두 선수 모두 패배하지 않겠다는 근성과 의지로 서로의 공격을 버텨내며 치열하게 맞섰다. 3라운드가 된 뒤 배동현은 지친 허재혁에게 파운딩 공격을 퍼부으며 심판의 스톱 사인을 받아냈다.

배동현은 “ROAD FC는 꿈에 그리던 무대인데, 꿈의 무대에 뛰는 것만으로도 감격이었다. 승리해서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며 “허재혁 선수 맞붙었을 때 준비를 많이 했다는 걸 느꼈다. 1라운드에 지칠지 알았는데, 생각이 빗나갔다. 운이 좋았다. 나는 절정에 오른 선수가 아니라서 시합 모니터링을 많이 하면서 ‘항상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해왔다. 모니터링하고 연습한 게 시합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배동현의 승리에는 팀피니쉬 소속 동료들과의 단합, 박준오 감독의 지도력에서 비롯됐다.

배동현은 “박준오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신다. 우리는 시합이 잡히면 축제 분위기다. 시합은 선수가 뛰지만, 함께 준비하는 팀이다. 다 같이 응원도 해주시고, 힘을 주신다. 그런 거 하나하나가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리에는 또 하나의 비결이 있다. 가족의 사랑이다.

배동현은 “장모님께서 ‘이제 배서방 그만해’라고 걱정을 하신다. 아내는 ‘잘했어’라고 지지해 주지만 걱정하는 게 사실이다. 장인어른께서는 ‘그만하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모니터링을 해주신다. 구체적인 상황을 예를 들며 디테일하게 봐주신다. 전에는 걱정만 하셨는데, 이번 시합을 통해서 언론에서 내보내 주시고 하니까 자랑스러워 하시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에게 항상 감사하다. 일 끝나고 와서 운동하러 가느라 아이들도 잘 못 봐주는데, 배려해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쉬는 날 놀러 가야 하는데 운동을 너무 좋아하니까 ‘좋아하는데 어떻게’ 이러면서 밀어주고, 희생하다. 시은이 시율이에게도 고맙고, 장인, 장모님께도 항상 감사드린다. 아버지께서 2년 전에 돌아가셨다. ‘운동 그만하라’고 하셨는데,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아버지 산소 찾아가면 ‘아버지 운동 조금만 더 할게요. 재밌네요’라고 말씀드린다. 하늘에서 잘 계셨으면 좋겠다. 저희 가족 모두 사랑한다”라고 덧붙였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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