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힙합 래퍼들 사이에서는 치아에 그릴을 씌어 부(富)를 자랑하는 문화가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래퍼들처럼 V리그 여자부 우승 타이틀을 싹 쓸어 담은 뒤 시쳇말로 ‘스웨그(멋을 표현하는 말)’를 뽐내는 꿈을 그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된 뒤 배구계 제일 먼저 들린 큰 소식은 프로 6년 만에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한 팀에서 뛰게 된 것이다. 레프트와 세터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쌍둥이가 한 팀에서 뛰는 것만으로 차기 시즌 우승팀은 단연 흥국생명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11년 만에 국내 복귀한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합류하면서 2020~2021시즌 시작 한참 전부터 흥국생명은 누구도 쉽게 넘지 못할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우승하기 위해 선택한 이다영의 흥국생명행…더 많은 타이틀 원하는 이재영
이다영은 개인과 팀의 목표를 ‘통합우승’으로 못 박았다. 앞서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먼저 이룬 이재영이 내심 부러웠던 이다영은 “우승을 위해 흥국생명에 왔다. 무조건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 내가 래퍼를 좋아하는데, 우승으로 받는 금반지를 녹여서 치아에 그릴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 10년 이상 선수생활을 내다보는 이다영은 “매년 우승해서 모은 우승반지 10개를 녹여서 금니를 만들고 싶다. 나중에는 금니를 보여주는 세리머니로 스웨그를 뽐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영 또한 더 많은 타이틀을 희망했다. 흥국생명에서 홀로 활약할 때부터 이재영은 트리플크라운, 최우수선수(MVP), 베스트7 등 개인상 타이틀을 모두 손에 쥐었다. 하지만 차기 시즌에도 개인상 수집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재영은 “통합우승은 물론이고, 개인상도 더 많이 모으고 싶다. 상은 받아도 받아도 욕심이 난다”며 웃었다.
|
◇6년 만에 재회한 쌍둥이,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쌍둥이 자매는 초·중·고 내내 한 팀에서 땀을 흘리다 프로에 데뷔했다. 이재영 이다영은 각각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갈라졌지만 6년 만에 한 팀에서 호흡하게 됐다. 이재영은 “가족을 떠나서 선수로 봤을 때 (이)다영이가 합류한 것으로 플러스 되는 요인이 많다. 성격이 활발하다보니깐 팀 분위기도 이전보다 더 밝아졌다. 운동할 때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좋다”고 칭찬했다. 이다영 역시 “가족을 떠나서 선수로서 함께 운동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로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한 팀으로 코트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위협적이다. 쌍둥이 역시 “호흡이 좋다”며 “미세한 부분에서도 눈빛만 봐도 호흡이 잘 맞다”고 이구동성으로 한 팀에서 뛰는 장점을 강조했다.
|
흥국생명은 막강한 공격 라인으로 이미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세간의 예상에 “부담될 수밖에 없다”는 흥국생명의 수장 박미희 감독은 오히려 긴장의 끈을 바짝 당기고 있다. 지난 5월 4일부터 선수단을 소집해 훈련 중인 흥국생명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에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지금 운동이 정말 힘들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이재영은 “감독님이 갑자기 독해졌다. 독한 여자로 변했다”고 전했다. 이다영은 “진짜 힘들다.(박)상미 언니도 동감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힘들어졌다. 난도가 더 높아져서 힘듦 속에서 더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다.
막강한 공격 라인에 훈련까지 독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흥국생명의 ‘무패’ ‘무실세트’ 우승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다영은 “‘무패’ ‘무실세트’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비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해서 단단해졌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purin@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