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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롯데가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런트와 현장간 반목을 인정하는 듯한 얘기가 흘러 나오더니 감독의 감정적이고 불성실한 인터뷰가 도마위에 올랐다. 논란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포수 지성준(27)의 성추행 논란이 제기 됐다. 감독의 사과와 해당 선수 징계 등 발빠른 대응으로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현장과 프런트의 기싸움은 이른바 장원삼 선발카드 실패때부터 도드라졌다. 지난달 12일 두산을 상대로 선발등판한 장원삼은 3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내주고 5실점했다. 레리 서튼 2군 감독의 추천을 받아 장원삼을 선발로 기용한 허문회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결정권자인 내 책임이지만, 이런 선수를 추천한 2군 감독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총평했다. 할 수 있는 발언으로 비칠 수 있지만, 1군 감독이 2군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 때부터 롯데 내부에 이상기류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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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지성준 문제는 이미 이 때부터 구단 내에서는 시한폭탄처럼 비쳤다. 안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단이 주도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를 감독은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2군에 내렸다. 허 감독과 성민규 단장간 불화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 원인이 됐다. 의혹은 확대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프런트나 현장 모두 팀을 둘러싼 여러 오해와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대표이사 인터뷰가 터져나왔고, 감독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여과없이 공개됐다.
구단과 현장 모두 애매한 상태로 경기를 치르던 도중 지성준의 사생활 문제가 불거졌다. 사실관계를 떠나 이름이 공개된 직업을 가진 프로야구 선수가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프로의식을 망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에는 구단이 한 발 빠른 대처로 사태 조기 진화에 나섰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지 하루 만에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내려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했다. 구단은 “해당선수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 선수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만한 문구를 삭제한 ‘수정본’을 다시 내 해당 사안을 철저히 선수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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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롯데 최대화두는 ‘프로세스’였다. 패배의식을 버리고 프로팀 다운 문화를 만들자는 절실함이 근간에 깔려 있는 듯 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가장 중요한 사실을 프로세스 리스트에서 빼놓은 듯 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도 ‘자이언츠’라는 팀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치려는 프로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지성준의 일탈도 ‘프로야구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대중의 관심’이라는 매우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미성년자 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 사회적 공기를 파악하고 안좋은 것을 정화하려는 노력도 프로야구 선수의 의무 중 하나다. 특히 롯데처럼 전국구 구단은 그 주목도가 다른 구단에 비해 높기 때문에 더 강한 도덕적 책임감이 필요하다.
롯데가 가장 시급히 구축해야 할 프로세스는 경기력이 아니라는 게 최근 일련의 사태로 드러났다. 리셋이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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