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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봐라, 계속 부인하고 거짓말해도 악행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故 최숙현선수의 아버지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으며 애써 정의의 심판이 내려질 것을 굳게 믿었다.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최숙현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국회 긴급현안질의 시간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선수 2명을 참석시켰다. 가해자로 지목된 3명 모두 가혹행위 혐의에 관해 부인했다. 이 모습을 지켜 본 故 최숙현의 부친 최영희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봐라, 반성을 안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부인하고 거짓말해도 악행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간 가해자들로부터 당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었다.
고인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경주시청 실업팀에 합류해 훈련했다. 자연스럽게 팀의 핵심 자원이자 ‘A공화국’의 주인공이기도 한 주장 A 선배는 고 최숙현을 오랜 시간 괴롭혔다. 고인은 고3 때부터 지속적으로 ‘왕따’를 당했다. 최영희 씨는 “A 선배에게 찍히면 끝이다”라며 “A 하나만의 팀이지 다른 선수들의 인격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숙현이가 거칠게 컸다고 생각했나, (집이) 촌에 있다고 무시해서 그런가. 우리 딸을 많이 괴롭혔다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인이 경주시청에 입단한 초기만 해도 가혹행위의 실체를 몰랐던 최 씨는 어떻게든 A 선배에 맞춰주려 했다. 고인의 부친은 “‘왕따’ 얘기를 들었을 때도 딸을 데려오지 않았다. (故 최)숙현이 엄마가 ‘네가 언니니깐 (故 최)숙현이 많이 달래줘라’고 A 선배에게 부탁한 뒤 귀가했다”면서 “그런데 A 선배는 그 날 보란듯이 (故 최)숙현이 빼고 후배 전부 데리고 노래방을 갔다더라. 딸은 혼자 있는 게 편하다며 우릴 안심시켰다”고 A의 악행을 전했다.
문제의 A 선배는 폭행 없이도 고인을 충분히 괴롭혔다. 특히 고인 외에도 다른 동료들도 똑같이 괴롭힘을 당했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A 선배의 만행을 폭로했다. 최 씨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얘기한 건 빙산의 일각”이라며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A 선배 외 가해자로 지목된 B 선배 역시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다. 고인의 부친은 “B 선배의 악행은 A 선배에 묻혀서 그렇지 똑같이 악행이 엄청나다. 우리 (故 최)숙현이는 B 선배가 1순위이고, 다른 선수는 A 선배가 1순위라고 하더라”며 “친하게 지낸 둘이 애들을 괴롭혔다더라. 선수들 집합시켜 발로 차고, 뒷통수 때리고, 뺨 때리는 등 많다. 피해 부모들도 이제 모두 폭로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문제가 불거진 뒤 A 선배의 부모는 최 씨에게 만남을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고인의 부친은 “(고인의 생전 잘 보이려고) 우리의 작물을 가져다 줬으니 집을 알아 찾아오려고 하더라. 하지만 단호하게 대처했다”며 “그래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다. 이젠 사과도 필요 없다. 조사 받고 죄가 있으면 벌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마무리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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