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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는 ‘참말로’ 1등이다. 유료방송·초고속인터넷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서비스도 1등이다. 언젠가 5G(5세대 이동통신) 1등을 외치는 날도 올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이처럼 KT는 1등 DNA를 타고난 기업이다.
KT가 보유한 1등은 비단 사업만이 아니다. 노동·정보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노동에선 ‘직원 괴롭히기’에 있어 1등이다. 지난 2014년 4월 황창규 전 KT 회장 당시 8304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당시 명예퇴직을 종용받고도 회사를 떠나지 않은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인 ‘KT 업무지원단’에 대한 괴롭히기가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퇴직을 거부한 114 상담 여직원에게 전봇대(전주)에 올라 케이블 유지·보수 작업을 시킨다거나 인사평점을 일부러 낮게 책정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 내부 고발을 이유로 부당 전보를 하거나 CEO(최고경영책임자)에게 고충 e메일을 보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이란 부당 징계를 내렸던 일 등 셀 수도 없이 많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노동존중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그 대단한 일을 KT는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 누수와 곰팡이, 악취로 가득한 사무실에 업무지원단 직원들을 배치시켜 놓고 수년째 사무실 이전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정직 6개월’이란 중징계로 답하는 곳이 KT다. 주위에선 ‘KT가 KT다운 짓을 했다’고 비꼬기도 한다.
더 대단한 것은 이들 업무지원단 직원들에게 없는 죄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정직 6개월’을 받은 직원의 징계사유에 ‘공용물품 편취와 개인 폐품 사옥 분리수거장 고의 투기’란 항목이 명시돼 있다. KT의 논리라면 그 어느 누구도 사내 화장실 등에 있는 화장지를 떼서 가져올 수 없으며 업무를 하는 동안 발생한 쓰레기 등을 함부로 쓰레기통에 버리지도 못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KT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의 산업재해율도 과히 1등이라 할 수 있다. KT노동인권센터에 접수된 자료(2016년 기준)를 보면 이들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의 산업재해율은 3.9%로 통계청의 통신업 근로자 평균 산재율인 0.26%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KT는 통신사로서 어느 기업보다도 1등으로 개인정보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KT가 직원들의 메일을 무단으로 삭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7월 9일 KT의 직원 장 모씨가 회사의 노동조합 선거개입 중단과 책임자의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냈다. 그런데 KT가 전 직원에게 보내진 메일을 모두 무단 삭제하고 해당 직원에게 경고 5회와 징계를 예고했다. 직원들의 계정에 있는 메일을 무단으로 삭제한 것은 형법(재물손괴)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통신사로서, 누구보다 개인정보보호를 최우선시해야 하는 1등 KT만의 개인정보보호 방법이 이렇다.
한국형 디지털 뉴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구현모 KT 사장의 포부와 참말로 부합하는 일이다. 직원들의 개인정보보호는 무시한 채 디지털 시대, 클라우드 사업 분야에서 1등 사업자가 되겠다는 KT의 당찬 꿈을 응원한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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