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김광현(왼쪽)과 야디에르 몰리나. 사진 | 세인트루이스 SNS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마무리’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미국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극적인 첫 세이브를 올렸다.

김광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의 개막전에서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5-2로 앞선 9회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실트 감독이 선택한 자원은 김광현이었다. 결과는 1이닝 2안타 2실점(1자책). 팀이 5-4로 승리하며 이로써 홈 구장에서 치른 공식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챙겼다.

장타자 조시 벨을 상대로 초구 높은 볼로 시작한 김광현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후 몸쪽 직구로 정면 승부를 택했고, 파울팁이 나오는 등 구위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핫코너로 향한 빠른 타구에 3루수 토미 에드먼이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며 주자를 누상에 내보냈다. 이후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5번타자 콜린 모란에게 2루타를 허용해 무사 2,3루 위기를 만들었고, 호세 오수나를 상대로 최고 구속 150㎞까지 기록하며 피치를 올렸으나 결국 중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점수는 5-4 1점 차로 좁혀지며 블론 세이브 악몽이 덮치는 듯했다.

이때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매덕스 코치가 마운드 방문해 김광현을 다독였다. 내야수들도 모두 마운드로 모여들어 긴장한 김광현에게 힘을 보탰다. 효과는 확실했다. 숨을 돌린 김광현은 길레르모 에레디아에게 초구로 우익수 플라이를 유도하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아직 1사 1루로 실점 위기는 끝나지 않은 상황, 제이콥 스탈링스와의 승부도 만만치 않았다.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5구를 던졌는데 이중 3구를 걷어냈다. 그러나 6구째 타격한 공이 2루수 앞으로 흘러갔다. 4-6-3 병살타로 단번에 아웃카운트를 모두 채우며 경기를 끝냈다. 김광현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함께 포효하며 빅리그 데뷔전 첫 세이브의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해 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을 맺은 김광현은 원래 5선발 후보군 중 하나였다. 3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 레이스를 이어왔다. 그러나 광속구 마무리 조던 힉스가 건강상의 문제로 시즌 불참을 선언하면서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 쉴트 감독은 김광현을 불펜으로 돌린 뒤 새 마무리로 낙점했다.

김광현이 KBO리그에서 세이브를 올린 건 2010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밖에 없다. 2007년 데뷔 이래 전체 298경기 중 276경기를 선발 등판해 136승을 올리는 등 지난 시즌까지 SK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다. 그러나 클로저 보직을 받은 직후 섬머 캠프 연습경기 첫 등판에서부터 세이브를 기록하며 사령탑의 기대를 채웠다. 결국 한국에서도 경험이 없던 정규리그 마무리 등판을 미국에서 이루며 극적으로 첫 세이브까지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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