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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가 건물이 낙후돼 누수·곰팡이·악취 등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6년째 근무 중이라며 사무실 이전을 요청한 직원들에게 중징계에 이어 자회사를 통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도록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스포츠서울이 지난 5월 2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KT경기중앙빌딩의 열악한 근무 현황을 취재할 당시 현장을 안내해 준 직원 2명에게 KT가 각각 ‘정직 6개월’과 ‘정직 3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확인돼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KT가 자회사를 앞세워 이들을 경찰에 고발까지 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빌딩 관리소장 “KT에서 그렇게(고발하라고) 시켰다”KT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 2명은 KT의 내부 중징계와 별도로 업무방해 혐의로 의정부 경찰서에 고발돼 지난 23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들 직원 2명이 경찰조사 후 업무방해를 받았다는 빌딩 관리소장에게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KT가 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26일 본지가 입수한 녹취를 보면 KT경기중앙빌딩 관리소장 정 모씨는 “KT에서 그렇게 시킨 거니깐. (외부인이) 건물 침입한 것을 두고 KT에스테이트도 징계를 먹었나보다. 내가 고발한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 사장 명의로 (고발을) 했다”면서 “우리 회사는 케이에스메이트로 건물관리를 하는 곳이다. KT에스테이트에서 회사에 책임을 지라고 하니 고발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KT는 스포츠서울 현장 취재·보도에 대해 당시 건물을 안내해 준 직원 2명에 대해 KT에스테이트에 책임을 물었고 KT에스테이트는 빌딩건물관리 및 경비 하청업체인 케이에스메이트를 압박해 고발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중징계에 이어 고발까지 당한 KT 업무지원단 소속 오석훈(58) 과장과 채명원(54) 차장은 이날 관리소장 정 씨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형사가 사과를 했다는 내용의 서류에 (관리소장의) 서명을 받으면 추후 정상참작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과를 받았다는 것만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관리소장 정 씨는 “나는 고발 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회사에서 한 것인데 내가 어떻게 일방적으로 서명할 수 있겠느냐”면서 “나도 KT에서 33년간 근무했고 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 우리 회사에서 이렇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회사도 고발을 하고 싶어서 했겠느냐. 위에서 뭐가 내려왔기 때문에 했겠지”라고 거듭 밝혔다.
◇ 경비업무방해 혐의 인정될까그렇다면 이들 직원 2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될까? 법조계에선 사실상 위력 등의 행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무방해를 했다는 당일(5월 28일) 현장에는 기자도 함께 있었고, 관리소장 정 씨와 KT 직원 상호 간 언성을 높이는 현장을 목격했다. 또한 당시 1차 사진촬영 당시 건물 내부에 진입할 때 관리소장 정 씨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법률사무소 엘앤에스의 류문호 변호사는 “업무방해죄의 방해 행위는 허위사실의 유포, 사람을 착오나 혼동에 빠지게 하거나, 속이거나 유혹하는 것, 위력을 과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위력이란 의사의 자유를 제압하는 것을 말하는데 폭행·협박이 대표적 실례다. 남의 영업소에서 고함을 질러대고, 영업을 방해하려고 전기·수도 등을 끊거나 출입을 봉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사건이 과연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며, KT가 노사간의 문제를 형사문제로 전환 시켜서 근로자들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와 같은 구시대적인 근로자 옥죄이기식 노무관리 전략에서 조속히 탈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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