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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올시즌 가장 핫한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만났다. 고척돔에서 4일 KT와 키움의 주중 3연전이 시작됐다. 최근 우천취소가 잦은 편인데, 고척은 돔구장이기 때문에 우천취소의 걱정도 없다. KT의 터줏대감 멜 로하스 주니어(30)와 키움의 화려한 신입생 에디슨 러셀(26)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 더구나 키움은 6연승, KT는 5연승 중으로 상승세의 양 팀이 격돌한다. 외인선수의 자존심 싸움과 함께 빅매치 무대가 마련됐다.
로하스는 올시즌 KBO리그 타격 전부문을 석권하고 있다. 그의 활약은 지난 2010년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2016년과 2016년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ML)로 금의환향한 에릭 테임즈(워싱턴)도 소환한다. 그런데 로하스는 올시즌 상대한 9개 구단중 키움 마운드에 상대적으로 약했다. 6경기에서 타율 0.273에 3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2할 타율이다. 이에 대해 키움 손혁 감독은 “워낙 좋은 타자인데 우리와 만날때 컨디션이 안좋았던거 같다”고 하면서도 “시즌끝까지 우리에게 그랬으면 한다”라고 했다. 로하스의 약점을 잡았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상대편 보다 당시 컨디션을 본다. 현재 (로하스의)컨디션은 좋다. 타순도 그대로 간다. 하던대로 하면 된다”라며 개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키움의 외인 신입생 러셀이 보여주는 초반 임팩트는 강력하다. 로하스도 긴장할 정도다. 이강철 감독은 ML출신이 KBO리그에 오면 외인선수들끼리도 반응이 남다르다고 했다. 이 감독은 현역시절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훌리오 프랑코(롯데코치)를 떠올렸다. 이 감독은 “당시 외인선수들끼리도 이구동성으로 ‘프랑코가 여기 왜 왔을까. 혼자 타이틀 다 가져가겠다’라고 수근거리더라”고 했다. 그만큼 많이 의식한다는거다.
러셀은 한몸에 받은 기대처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자마자 맹활약하며 KBO리그의 온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렸다. ML 올스타 출신답게 예열이 따로 필요 없었다. 아직 5경기 밖에 치르지 않아 예단하기 힘들지만 초반 임팩트 만큼은 핵무기급이다. 그래서 손혁 감독은 4일 KT전에 앞서 러셀 이야기가 나오자 만족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손 감독은 “최근 팀이 6연승 중인데 러셀이 들어온게 첫번째 효과다.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러셀이 워낙 열심히 한다. 그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열심히 뛰던 기존 선수들도 더 뛴다. 투수들이 좋아진 부분도 있고. 그렇게 팀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라고 흐뭇함을 표시했다. 러셀의 합류가 상승의 시발점이 됐다는 손 감독의 자평이다.
특히 러셀은 그라운드의 모습 뿐 아니라 경기를 임하는 자세로 인정받고 있다. 손 감독은 “훈련모습과 전력질주 등 경기를 대하는 자세가 좋다. 훈련법, 루틴, 휴식을 취하는 방식 등에서 (김)하성이나 (김)혜성이가 많이 받아간다. 구단이 원하던 모습이다”라고 반색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러셀이 스스로 사랑받게끔 행동한다. 손 감독은 “러셀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코칭스태프에도 먼저 다가와 인사한다”라고 소개했다.
러셀에 대한 칭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로하스와 러셀은 아직 격이 다르다. 4년차 베테랑과 5경기를 막 마친 신입생의 차이다. 그래서일까. 선배 로하스는 후배 러셀에게 조언을 전달했다. 선수마다 상황이 달라 일반적인 수준의 조언이지만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로하스는 “한국야구는 미국야구와 다른 점이 많다. 한국만의 야구 문화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빨리 적응하고 배운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러셀의 행동을 보면 이미 반은 숙지하고 있은 듯 하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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